어둔 골목 지나 좁은 계단 돌아 오르면- 칸막이에 붙은 빠알간 '흡연실' 스티커 아래, 흰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노인이 신문을 읽고 있다. 주문을 하곤 마치 나의 외 할아버지인 것 마냥 말없이 마주 앉는다.
대낮부터 소주 한 잔인 왁자지껄 중년-사십 년째 단골인 노인들 사이에서 삼삼한 육수 먼저 입안 가득 머금는다. 그 사이 신문을 넘겨접다 흘끗 보내오는 미소- 이내 술과 차가운 육수와 맑은 고기 내음 섞여 머릿속에 떠돈다. 저쪽에 얄팍하게 들어온 정오의 햇살에, 문득 신의주에서 나보다도 큰 체격으로 냉면에 소주 한 잔 하였을 그의 젊은 날이 비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