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 2

새벽국수

by 조 용범


십여 년 전 만 해도 오월 말 혹은 유월은 되어야 더웠는데, 요즘 같아선 벌써 초여름이 찾아오니 비빔국수 생각이 절로 난다. 중대병원 측면의 한 허름한 건물에 위치한 이 돌출형 포장마차는, 주로 밤에 열고 새벽에 닫기에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이나 술 한잔 걸치고 들어가는 학생들을 위한, 그리고 병원 밥에 지친 환자와 가족들이 주로 찾는 정감 있는 동네 포장마차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이사 오기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을 법해 보인다. 아마도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의 젊은 시절부터 운영하셨을 것이다. 새벽 촬영이 끝나고 달빛 어슴푸레할 즈음 동네 고양이처럼 기어들어가 비빔국수나 자장면 한 그릇 할 수 있는 곳. 그 누구 뭐라 할 사람 없는 이곳에서 여름 소나기 시원한 밤에 만나 우동 한 그릇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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