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의 멈춤에서 발견한 여백의 아름다움
첫걸음은 미숙합니다. 무언가를 처음 배웠던 날을 떠올려 보세요. 서툴렀던 모습이 생각날 겁니다. 탱고를 배우는 초보는 빨리, 화려한 동작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니 힘이 들어가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잘 보이고 싶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열정은 뜨겁지만 깊이는 없습니다.
배우면서 실수와 시행착오를 합니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좌절합니다. 이 시기의 탱고는 빠르고 격렬하며, 위태롭습니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정을 절제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탱고는 달라집니다. 탱고에서 늙음은 숙성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와인의 향과 풍미가 깊어지듯, 연륜은 탱고를 풍요롭게 만듭니다. 나이 든다고 춤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습니다. 오히려 춤을 추는 '방식'과 춤을 대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세심해집니다. 젊음이 격정적인 바이올린 솔로라면, 연륜의 탱고는 묵직한 반도네온입니다. 바로, 온몸으로 공명하는 울림을 줍니다.
젊을 때는, 화려한 기술을 과시하려고 탱고를 춥니다. 황혼의 밀롱가에서는 침묵과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신체 능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걸음과 걸음 사이의 완급 조절은 세밀해집니다.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파트너와 나, 그리고 음악만이 중요해집니다. 춤은 기교를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힘이 빠지고, 움직임은 절제되고 우아해집니다. 파트너의 미세한 움직임, 숨결까지 읽어냅니다. 리드는 흐름을 제시하고, 팔로우는 흐름을 완성시킵니다. 이 경지에 다다르면, 탱고를 마음으로 추게 됩니다. 외부의 환호보다, 파트너와 함께하는 감정에 집중합니다.
나이 듦은 탱고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느림의 미학을 깨달을 때, 멈춤에서 숨겨진 여백을 발견합니다. 그 여백에서 명상이 시작되고, 지난날의 성급했음을 반성하며 마음 챙김을 하게 됩니다. 나이 든 탱고인의 발자국은 느리지만, 깊고 묵직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기다리며, 적절한 순간을 포착하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탱고의 빠우사처럼, 잠시 멈춰 교감하며 다음을 준비하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완벽하게 연결되는 그 순간에, 비로소 행복을 맛봅니다.
늙어감을 '상실'로 보지만, 탱고처럼 익어가는 삶은 '깊어짐'입니다. 육체의 활력이 줄어도 탱고에 대한 열정은 은은한 불씨처럼 이어집니다.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고, 새로운 파트너와 춤을 추려고 하는 용기. 때로는 관록 있는 움직임만으로도 무대를 장악합니다. 나이 지긋한 탱고인의 눈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있습니다.
주름진 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상대가 경험한 고통과 기쁨을 읽어냅니다. "당신은 폭풍을 견뎌냈군요. 그럼에도 여전히 춤추고 있네요."라며 공감합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두 영혼은 연결됩니다. 타인과의 포옹에서, 진정한 연결의 기쁨을 맛봅니다. 예전의 경쟁심과 성취욕에서 벗어나, 관계에서 맛보는 따뜻한 교감, 지혜를 나누는 기쁨에 가치를 두게 됩니다. 우리가 섬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나이 지긋한 탱고인은 무게 중심을 지구에 얹으면서 묵직하게 걷습니다. 장식 동작 없이,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합니다. 느린 걸음은 욕망을 내려놓고, 흐름을 받아들이겠다는 성숙함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내키지 않는 춤을 추지 않습니다. 거절할 때는 품위 있지만 단호하며, 춤을 청할 때는 망설임 없이 눈빛을 던집니다. 이는 삶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존의 표현이자, 자신에 대한 신뢰에서 나옵니다. 삶의 굴곡과 아픔이 결국 춤을 풍요롭게 만드는 재료였음을 깨닫습니다. 상처와 부족함까지도 춤에 녹여낼 때 성숙해진다는 통찰에 도달합니다.
늙어갈수록 무르익고 깊은 탱고를 춥니다. 파트너에게 진심으로 자신을 맡기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죠. 흔들리지 않는 중심과 타인과 세상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자리 잡습니다. 우리의 춤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익어갈 뿐입니다.
탱고처럼 익어가는 삶은,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을 열정적으로, 의미 있게 채웁니다. 음악처럼 삶이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탱고를 추려고 합니다. 나이 들수록, 당신의 탱고는 깊어지고, 섬세하며, 아름다운 존재의 춤이 될 것입니다.
황혼의 밀롱가에서, 춤추는 두 영혼은 깨닫습니다. 삶이라는 무대에서 내려놓고 마음으로 추는 춤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 거울 속 당신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어 보십시오. 그리고 마음속에 울리는 탱고 선율에 맞춰, 기꺼이 다음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가지십시오. 지금 당신의 심장이 안내하는 대로, 당신을 우아한 탱고로 완성하십시오. 아직 춤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춤출 수 있을 때까지, 리듬에 맞춰 아름다운 탱고를 추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