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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선미 Jul 13. 2020

노동환경의 변화 (1)

주 52시간 근무제


2020년,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다음의 3가지 사건들로 인해 큰 진통을 겪는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 광주형 일자리 등이 그 것이다. 이들의 사건은 아직 타협중이며 더 나은 제도를 구현하기 위해 항해중이다. 최신 이슈를 통해 노동환경의 변화와 그 대응 방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주 52시간 근무제와 대응 과제


주 52시간 근로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하루 최대 8시간에 휴일근무를 포함한 연장근로를 총 12시간까지만 법적으로 허용하는 근로 제도이다. 


근로시간 52시간 단축법 개요


우리나라의 노동 시간은 OECD 최장수준인 반면 업무 몰입도는 낮은 수준이고, 국가 경쟁력 또한 지속 하락함에 있어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을 통한 일∙생활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주요 선진국인 덴마크(1410시간), 프랑스(1472시간), 영국(1673시간), 일본(1713시간), 미국(1783시간)보다도 300~600시간 길다 (OECD 2017).


주요국 연간 노동시간 비교 그래프


근로시간이 급격히 단축되면 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감산(생산량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큰데, 노동유연성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구인난, 재정여건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을 준수하기 위해 휴일근로를 금지하면 초과급여가 삭감되고, 이를 보전하라는 노조의 요구 때문에 노사 갈등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근로 단축 제도 적용 시기를 조정해 보려는 기업도 다수 있다. 300명 이하 사업장에선 2020년 이후 근로시간이 적용돼 2~3년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기업 쪼개기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적용 시기 뿐 아니라 적용 내용도 뚜렷하게 구분하기 힘들어서 사업장 내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고용부가 판례와 행정해석 등을 토대로 유형별 가이드라인을 정리했지만 구체적 개별 사안에 적용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현재 각 사업장 별로 대응책을 마련하여 적용 및 시행중에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개정 전․개정 후 비교, 적용시기


주의해야 할 사항은 OECD 결과를 살펴 볼 때,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창출을 했다고 입증할 실증 결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OECD는 국가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단축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고 예상했다. 그 예로 캐나다, 포르투갈은 근로시간을 단축하자 회사가 인건비 부담을 피해 고용을 늘리는 대신 설비를 늘렸고, 고용은 악화됐다. 신중한 시행 및 조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 제도 도입에 대해 외국과 다른 노동 환경에서 획일화된 근로시간 단축은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반면 외국은 노사에 자율성을 주고, 근로시간 적용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삼성전자의 예를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탄력적 근로제, 재량 근로제, 선택적 근로제 등 세 가지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다(조선일보, 2018). 


■ 선택적 근로시간제 : 사무직

1개월 단위 월평균 주 40시간을 일하면 되는 제도이다.

직원이 출퇴근 시간과 하루 근무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의 gate 출입 기록을 바탕으로 근로 시간을 체크한다.

별도의 근태관리 시스템도 도입해 직원 스스로 흡연·휴식 시간을 기재한다.

영업 부서 직원이 회사 밖에서 고객과 저녁을 먹거나 술자리를 갖는 것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 재량 근로제 : 연구·개발직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다.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 탄력적 근로시간제 : 생산직

노사 합의를 통해 3개월간 주 평균 40시간을 일하도록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6~7월에 풀가동되는 에어컨 공장에서 초과 근무를 했다면 8월에 단축 근무를 시행한다.


■ 포괄임금제 폐지

노사 합의에 따라 연장·추가 근무수당을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급여에 포함해 지급하는 제도이다. 삼성전자는 종전처럼 월 20시간에 대한 수당은 그대로 주고 20시간 초과 근무수당도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출퇴근 기록에 따라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직원들 처지에서는 급여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인건비, 생산성, 형평성, 품질 이슈


주 52시간 근무제는 초기의 이러한 혼란뿐만 아니라 시행 중에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구조적 실업에 대응한 일자리 확충과 잠재성장률 확충 등 지속가능한 성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입보다 산출 중심의 보상을 강화하고 정규근로 대비 연장근로의 상대적 보상수준을 조정해 효율적으로 짧게 일하는 것이 유리한 임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KDI 2018). 또한 직원 입장에서 실질 소득감소와 함께 기업의 운영비용 부담으로 오히려 고용불안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불식시키기 위해 이해관계자 모두 노력해야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원가상승으로 인해 사업 운영위기에 처할 수도 있으므로 노경 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각국의 대응전략, 일하는 방식 혁신


직장인 조사 결과 우리 기업의 업무방식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80%에 달한다. 업무의 비효율이 발생하는 원인이 ‘권위적인 조직분위기(32.4%)’, ‘잦은 회의(25.2%)’, ‘습관적 야근(24.3%)’, ‘상사의 눈치(22.5%)’ 등 일하는 방식의 문제와 함께 관계적 요인이 상당하다고 분석됐다(잡코리아 2018). 기업에서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일본

근무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업 내 직원의 일하는 환경과 제도, 의식 모두를 개선하도록 했다.

일하는 방식 혁신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는 단순히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 내 의식 개선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주가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면 사업주에게 ‘직장의식개선조성금 제도’를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강화했다.

일하는 환경 측면: 텔레워크(원격근무) 등을 통해 자택이나 사외에서 근무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근무인원의 배치와 사무 실 설비 등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일 하는 제도와 규칙 측면: 인사제도와 취업 규칙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발생하는 업무를 추진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개혁할 것을 주문했다.

일 하는 의식과 풍토 측면: 다양한 직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자율적 업무 방식 도입을 기업에 제안했다.


■ 미국

P&G, 프링글스에 기념문구를 인쇄: 특수잉크 인쇄기술을 외부업체로부터 구매, 효과적인 업무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협업을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원 마이크로소프트: 조직개편을 통해 수평적인 구조와 마케팅, 재무 기능 등이 하나의 조직으로 복합화되어 팀을 조성한다. 건물에 벽을 막지 않은 ‘오픈’ 사무실을 이용한다. 이는 ‘우연한 만남’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명확한 업무목표 ‘Doing the right things’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옳은 해결책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정을 고집하여 개선활동을 펼치기 보단 효율이 낮은 공정을 제거하여 성과가 높아질 수도 있다. 중요한 사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문제해결 방식을 설정하여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플래폼 기업인 우버: 칸막이로 분리된 좁은 공간에서 각장 정해진 책상에 앉아 꼼짝하지 않고,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것은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이미 시공간적 제약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우버는 작업 공간의 개방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우버 직원들은 높은 천장과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구조에서 근무한다. 미팅룸 또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유리벽으로 투명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 배치는 유연성과 개방성을 실현하고 개방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독일

근무시간과 근무 공간의 제약에서 일을 해방시키려는 시도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만이 아니다. 독일 대기업 지멘스와 보쉬에서도 우버와 같은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지멘스에서는 제조라인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간적, 공간적 유연근무가 가능하다. 모바일 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일하기 가장 적절한 장소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모바일 워크를 허용하는 것은 회사의 제도와 정책이지만, 근본적으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및 상사와 직원 간의 상호 신뢰이다. 자기 주도로 일하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일의 성과와 진행에 대해 늘 관리자와 소통하고 이를 위한 IT 지원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지멘스의 근무환경 정책이다. 




데이터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기업들을 둘러싼 기술 환경의 변화를 매우 빠르고 단절적으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연속적인 기술 변화에 대해서는 예측과 대비를 통해 대응하지만 단절적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기존 기업 조직이 이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기는 쉽지 않다. 조직의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한 대기업은 불확실성과 모호함 때문에 변화를 주조하고 변화의 방향이 자신들의 기업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한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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