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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돌이 Sep 07. 2024

답이 정해져있는 질문들이 있어

잊혀지지 않은 한마디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니셨고 결국 그 회사에서 정년퇴임을 하셨다.

대기업에서 정년퇴임을 하셨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와. 정말 능력있으셨구나, 대단하다' 라고 말들을 하지만

아들이 보는 아버지는 회사생활을 하시기에는 좀 아까우셨던 분이다.


여기저기 지방으로 발령을 받으셔서 어린시절에 나는 이사와 전학을 많이 다녔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때이후로는 아버지께서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셔도 혼자 가셨고 그렇게 우리는 주말가족이 되었다.


금요저녁에 주로 오셨던것 같고 

토요일은 각자의 스케줄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은 가족들이 일주일에 한번 다 같이 식사를 하는시간.

나는 그 시간이 참 싫었다. 

아침을 먹는것 까지는 괜찮은데

아침식사를 다 마친후에는 '가족과의 대화의 시간' 을 가장한 아버지의 일방적인 '강의'시간이 이어졌고

그 '강의'는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책을 많이 읽으시고 아는것이 정말 많으셨던 아버지는 그 지식을 회사에서 써먹지 못하는게 아쉬우셨으리라.

그 지식을 일요일 오전에 자식들 (특히 큰아들 _ 나) 에게 전수해 주시고 싶으셨고

좋은 이야기도 한두번들으면 좋지만 매주 그렇게 3~4시간씩 앉아서 대화도 아니고 관심도 없는 강의를 듣는게 지금와서 이야기 하면 상당한 곤욕이었다.


같이 앉아있던 여동생은 전화를 받으러 간다던지 정신을 차려보면 결국은 식탁을 가운데 두고 아버지와 나만 남게되었다.

대화 아니 강의의 주제는 아주 다양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매너,직장생활,결혼,철한, 성교육..

그만큼 아는게 많으셨다.


지금에서 지나보면 지겹다고 말하지만 살면서 꽤나 도움되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았다. 앞으로 몇개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그중에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날은 누군가와 상담을 할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상대가 나에게 상담을 요청했을때 들어주는것이 주제였다.


'아들아. 상담을 해줄때는 공감을 해주고 그사람 편을 들어주는게 좋다. 하지만 

답이 정해져있는 질문들이 있어


그 중 하나가 '차나 집'이고 나머지 하나가 '이혼'에 대한 이야기다.


엄연히 따지자면 차나 집에대한 이야기는 상대가 차나 집을 샀을때 

"내차어때?" 라고 물어보거나 아니면 집뜰이를 할때 그럴때를 대비한 대답이다.


주위에서 차를 샀을때 정말

'저차를 왜 샀을까?' 그돈이면 다른차를 살수 있었을텐데 

혹은 이사를 간 집을보며. '왜 이런집으로 왔을까?'다른곳에 갈수도 있을텐데.

이런생각이 들어도 절대 그말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휴대폰이나 신발. 혹시 이런것을 평가할때는 상대가 기분나쁘지 않은선에서 조심스레 의견을 이야기 할수 있다.

하지만 차나 집은 이야기다 다르다.

차나 집은 여유돈이 었어서 사는 품목이 아니고 가지고있는 자산중에 가장 큰것 1,2 위 일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결정한 당사자는 엄청난 고민을 한 결과일테고 그 결과에는 다른사람들은 모르는 사정이 있을수도 있다. 

만약 내가 그것을 평가하고 그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갑자기 차를 바꾸거나 집을 바꿀수 없고

그 상대는 본인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지내야 한다.

그게 계기가 되어서 너를 싫어할수도 있다. 왜냐하면 너는 가끔 보지만 차나 집은 매일 접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고로 차나 집을 결정한 사람이 본인의 선택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무조건 "맞다, 잘샀다"고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이게 아버지의 첫번째 지론이셨고 아직 주위에서 차나 집을 산 사람이 없었을때 부터 들었지만

나중에 참 요긴하게 써먹을수 있는 생활의 지혜였다.

나머지 하나는 '이혼' 대한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못살겠어 이혼해야겠어.'


이유는 수만가지가 있지 않을까. 돈을 못번다 , 때린다 , 욕을 한다, 바람을 피운다.

그리고 그 이혼을 할만한 이유를 나에게 설명하고 내가 들어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대체 왜 살고 있는거지?' 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거기에 대한 대답은 

절대로 '그래 이혼해라 나같아도 이혼하겠다' 이런말을 해서는 안된다.


처음엔 좀 의아했다.  

이 이야기는 두가지의 상황으로 설명을 해봐야겠다.


1. 정말로 이혼을 한 경우

이 경우는 사실 큰 문제는 없다. 나에게 상담을 하고 그말이 다 맞다

그리고 이혼을 했다. 그러면 나중에

'그래 안타깝다. 그래도 잘 되길 바랬었는데.' 라고 한마디 해주면 된다.

그리고 재결함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그때 상대를 같이 욕해주면 된다.

어려운가?


2. 이혼을 하지않고 다시 관계가 좋아지는 경우

동성 커플인 경우는 주위에서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정말 모르겠는게 남녀관계이다. 그건 내 생각만이 아니고 주위에서 많이 들어봤을것이다.

본인의 배우자가 쓰레기 같다고 이혼을 해야겠다고 했을때 , 같이 편을 들어주고

'그래 진짜 쓰레기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 당장 이혼해라'라고 했고 

만약 그 친구가 배우자와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면?

나는 잘 살고있는 집에 이혼을 종용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것이다. 

심지어 내가 이혼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배우자에게 이야기 할수도 있다.

그러면 그 배우자가 날 좋아하겠는가.

사람일은 모르는건다 특히 남녀사이의 일은..



이 두가지의 정해진 대답은 내가 지금까지 지켜고오고 있고 앞으로 살면서도 지켜갈 예정이다.


그때는 참 이야기 듣기가 지루하고 힘들었는데 지금 참  도움이 되는 일화들이 많다.

아버지는 아직도 정정하시다.

지금은 다른 지역이 살고 있지만 가끔 식사를 하시면 말이 길어지시는건 여전하다.

다른사람에게 지식 전달하는걸 좋아하시고

아들인 내가 들어드려야지 어쩌겠는가 . 물론 예전에 들리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요즘 들리는겅우도 많다

(단 ,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단호하게 말씀드린다)


아버지. 예전에 해주셨던 말씀들이 이제야 도움이 됩니다.

조만간 뵙고.

양주 한잔 따라 드릴께요. 

저는 앞에서 맥주 먹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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