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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Oct 30. 2020

6-01. 이 모든 게 다 빛 때문이야

빛의 속도를 구하는 방법 1

모든 게 다 빛 때문이다. 20세기 두 번의 물리학 혁명은 둘 다 빛에 관한 상상(?)과 호기심에서 탄생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도에 대한 궁금증과 탐구로, 양자역학은 빛의 정체에 대한 의문과 연구에서 각각 태어났다. 이번 챕터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상대성이론을 생각하고 정립하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인슈타인 이전 시대의 과학자들은 과연 빛의 속도를 어떻게 구했는지 알아보자.


아주 옛날 사람들은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고 생각했다. 아니 빛에 속도가 있다는 생각 자체가 난센스였다. 불을 피우면 그 불빛은 바로 앞뿐 아니라 저 끝까지 동시에 닿을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식의 의문 자체도 없었다. 그런 호기심은 몇몇 학자들의 유희 같은 것이었다. 어떤 이들은 불빛은 세상에 동시에 나타나는 거라 생각한 반면, 다른 이들은 빛도 공간을 퍼져 이동한다고 짐작했다.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고 시도한 최초의 기록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실험이었다.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신과 조수가 각자 다른 산봉우리가 올라가 등잔불을 켠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 후 둘 다 등잔불을 가린다. 갈렐레오가 등잔불을 보이면 그것을 확인한 조수가 등잔불을 보이고 그 불빛을 다시 갈릴레오가 확인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갈릴레오의 불빛이 조수에게 갔다가 다시 조수의 불빛이 갈릴레오에게로 온 거리와 시간을 알 수 있으므로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실험을 갈릴레오가 실제로 행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어떤 글에서는 실제로 했는데 실패했다고도 나오고, 다른 글에는 머릿속으로 구상만 했다고도 나오는데, 어찌 됐건 갈릴레오가 그 방법으로 실제 빛의 속도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보다 현실적인 계산법은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가 구상해냈다. 그가 이용한 것은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식(蝕)이었다. 지구-목성-이오의 위치가 일직선이 되면 지구에서 목성에 가려 이오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이오식(蝕)이다. 지구에서 이오식을 관측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다. 태양-지구-목성-이오 순(=전자)으로 위치하는 경우와 지구-태양-목성-이오 순(=후자)으로 위치하는 경우다.


전자는 지구와 목성이 같은 쪽에 위치하므로 가까운 반면, 후자는 지구와 목성이 서로 반대편 궤도에 위치하므로 둘의 거리는 멀다. 그러므로 후자의 경우가 전자의 경우에 비해 이오식이 관측되는 시각이 예정보다 늦어진다. 왜냐하면 후자에서 지구와 이오 사이의 거리는, 전자에서 지구와 이오 사이의 거리에다 태양-지구 사이 거리의 두 배가 더해진 값이기 때문이다. 당시 비교해보니 실제 20분 정도 늦어지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그러므로 (빛의 속도)×(20분)=(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2배)인 셈이다. 실제 지구에서 태양까지 빛이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8분19초이므로, 당시 계산이 정확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가닥은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50년쯤 뒤에 영국의 천문학자 제임스 브래들리는 시간과 거리 계산이 아닌 전혀 색다른 방식을 이용했다. 그는 용자리 감마별의 광행차에 착안했다. 광행차란 관측자의 이동속도에 따라 천체의 위치가 달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 내리는 날을 떠올리자. 가만히 서 있으면 비는 땅과 수직으로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으로 걸어가거나 달려가면 비는 수직이 아니라 나를 향해 약간 휜 각도로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을 삼각형으로 그리면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측자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겠다. 관측자의 속도에 비례하여 삼각형의 밑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오른쪽 끝에서 수직으로 비의 속도에 비례하여 세로선을 그린다. 두 선분을 이으면 빗변이 완성된다. 바로 그 빗변이 관측자가 보는 비의 속도가 된다.


이를 별의 관측에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관측자의 속도는 지구의 공전 속도에, 비의 속도는 별빛의 속도에 대입하면 끝이다. 여기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지구의 공전 속도와 광행차(각도)다. 직각삼각형에서 각도 하나와 밑변의 길이를 알면 그리는 건 금방이다. 이를 통해 계산한 결과 빛의 속도는 지구 공전 속도의 1만 배인 것으로 나왔다. 현재 알려진 지구의 공전 속도가 초당 29.7859km이고, 빛의 속도가 초당 299792.458km이므로 지금의 시점에서 볼 때도 굉장히 정확한 측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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