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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Oct 29. 2020

5-12. 프로이트가 자살한 이유

정신분석학으로 부활한 프로이트

프로이트는 원시시대에서 현대로 이행하면서 인류의 사고가 일직선으로 발달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의 정신 또한 마찬가지라 보았다. 유아에서 성인이 될수록 사고가 성숙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는 원시인의 마음을 알고 싶으면 현시대의 유아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시인=유아, 현대인=성인이라는 도식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보편종교는 토테미즘의 진화 버전이다. 토테미즘이 원시인=유아의 종교라면, 보편종교는 현대인=성인의 종교이니 말이다. 아버지로서의 토템이 여전히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면, 유대교나 기독교 등에서 아버지 신은 드디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아들들의 정신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토테미즘에서는 아들들이 모의하여 아버지를 살해한 대가로 아버지를 동일시한 동물(=토템)을 숭배한다면, 기독교에서는 아버지를 살해한 죄에 대한 처벌을 정확히 수용한다. 히브리족의 전통대로 죄에 대한 처벌 원리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다. 아버지를 죽였으니 그를 죽인 아들 또한 죽이는 것이 합당한 처벌이다. 그래서 예수는 스스로를 죽였다. 아버지 살해 죄를 아들 자신의 살해로 갚은 것이다. 그로써 죄는 끝났다. 남은 자식들은 더 이상 아버지를 죽인 잘못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허물만 덮이는 게 아니다. 원시시대에는 살해된 아버지가 토템으로 부활하여 신처럼 숭배받았다면, 스스로 살해된 아들은 인격신(=성자)으로 부활하여 추대받는다. 이제 아들은 아버지와 동급의 자리에 올라 앉았다. 아들도 신이 되었다. 죽음 충동이 승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아들의 종교이다.


반면 유대교는 아버지를 죽인 죄책감을 계속 짊어지고 살아간다. 아들들의 자아는 계속해서 초자아의 억압을 받고 싶어한다. 죽음 충동의 또 다른 버전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면서 만족을 얻는 것이다. 유대인의 할례 문화는 거세를 상징한다. 성기의 일부를 자름으로써 스스로에게 처벌을 가하는 것이다. 가학증의 승화이다. 그래서 유대교는 기독교에 비해서 훨씬 교리가 엄격하고 폐쇄적인 문화를 지녔다. 그들에게 유일한 신은 아버지 신뿐이다. 그러므로 유대교는 아버지의 종교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마지막 저서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에서 모세를 유대인이 아닌 이집트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프로이트 또한 역사적 레벨에서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게 아니며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은 그의 뇌피셜의 문제다. 그는 모세가 이집트인이었음에도 유대인을 선택하여 이집트를 탈출시켰다고 말한다. 이는 모세가 유대인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스스로 유대인이 되기를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모세를 자신과 동일시했다. 이는 프로이트 자신이 유대인으로서 가지는 정체성과,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서 가지는 자존심과 관련되는 듯하다. 유럽에서 가장 자유로운 빈에서조차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는 극복되지 않았었다. 프로이트는 그런 자신의 민족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자랑스러워 하는 마음.


유대교가 모세의 탈출과 죽음 위에 성립된 종교라면, 정신분석학은 프로이트 자신의 일탈과 죽음 위에 완성될 학문이라 여겼던 걸까. 프로이트는 자신의 오랜 병세를 끝내 견디지 못하고 의사에게 모르핀을 투여하도록 지시했다. 사실상 자살인 셈이다. 그의 죽음은 그리스도와 같은 순교를 의도한 것일까. 거기까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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