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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Nov 04. 2020

6-04. 굿바이 뉴턴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뉴턴에 의하면 공간과 시간은 절대적이다. 뉴턴에게 공간이란 우주에 붙박여 있는 절대적인 상수였다. 그래서 그는 운동을 고정된 공간에 대한 위치 변화로 이해했다. 그런데 공간을 그런 식으로 이해할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오로지 뉴턴의 뇌피셜뿐.


훗날 에른스트 마흐는 뉴턴의 공간관과 시간관을 비판했다. 공간과 시간이라는 게 대체 어디 있냐고 말이다. 오감으로 지각할 수도 없고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도 없다. 공간과 시간의 성질을 지시하는 항은 물리학 법칙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절대공간, 절대시간이라는 개념이 어디서 튀어나오냐고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을 버리고 마흐를 택했다. 아인슈타인은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을 믿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실험적/이론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뉴턴만 버리면 광속도 불변 법칙과 상대성 원리는 합쳐질 수 있었다. 이제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을 따라가자.


아인슈타인이 10대 때부터 골머리를 앓던 의문이 있었다. 만약 내가 거울을 들고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면 거울 속의 내가 보일까? 거울에 비친 나를 보려면, 내 얼굴에서 반사된 빛이 거울로 가서 다시 반사된 후 내 눈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내 얼굴에서 반사된 빛은 나와 똑같이 움직이게 되고 따라서 그 빛은 거울에 가닿을 수 없다. 그렇다면 거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거울을 봐도 거울 속에 얼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광속도 불변 법칙에 의해, 관측자가 어떤 운동 상태에 있어도 빛의 속도는 항상 동일해야 한다. 따라서 내가 빛의 속도로 움직여도 여전히 빛은 내가 볼 때 빛의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둘째, 상대성 원리에 의해서도 답은 같다. 정지한 상태에서 내가 거울을 본다면 거울 속에는 내 얼굴이 비친다. 마찬가지로 어떤 속도로 등속도 운동을 해도 정지한 상태와 아무런 차이가 없어야 하며 따라서 광속으로 움직여도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볼 수 있다. 정지해 있든 시속 100km로 움직이든 빛의 속도로 움직이든, 물리적 성질은 모두 동일하다.


첫 번째 답변에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내가 볼 때도 빛이 광속도로 움직인다면, 멀리 정지한 관측자는 그 빛의 속도를 광속 2배로 관찰하게 될까? 상대성 원리에 의하면 그래야 맞다. 하지만 광속도 불변 법칙에 의하면 광속도로 움직이는 나에게도, 저기 정지해 있는 사람에게도 빛은 똑같은 속도로 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광속도 불변 법칙과 상대성 원리는 모순이지 않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다른 사고실험을 고안했다. 기차 안에 서로 마주 보도록 바닥과 천장에 거울을 설치하고, 바닥 거울에서 천장 거울로 수직으로 빛을 쏜다. 그러면 빛은 두 거울 사이를 무한정 반사하며 움직일 것이다. 기차는 현재 정상속도로 등속도 운동을 하고 있고 따라서 기차 안에 있는 사람에게 해당 빛은 정확히 수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장면을 바깥에서 정지해 있는 사람이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여기서 바깥의 관찰자는 철로 상의 기차 앞이나 뒤가 아니라 철로 옆에서 기차 진행방향과 수직으로 기차를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의 모든 기차 사고실험에서도 이 디자인은 동일하다.) 기차가 움직이고 있으므로 바깥 관찰자에게는 빛이 정확히 수직이 아니라 약간 기차 진행방향으로 기울어진 사선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관찰될 것이다. 이때, 광속도 불변 법칙에 따라 양측 관찰자에게 빛의 속도는 동일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빛이 위아래로 100번 왕복 운동했다고 가정하자.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은 수직으로 100번 움직인 빛을 보았을 것이다. 바깥에 있는 사람은 사선으로 100번 지그재그로 진행한 빛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본 빛 궤적의 길이는 다르다. 수직선보다 사선이 더 길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는 똑같은데 빛이 이동한 거리가 다르다면? 답은 하나다. 시간이 다르다는 말이다. 기차에 탄 사람이 본 빛의 궤적이 바깥 관찰자가 본 것보다 짧으므로, 기차에 탄 사람의 시간이 바깥 관찰자보다 짧다. 기차 안의 시간이 기차 바깥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렀다는 말이다. 기차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간이 느려지는 비율은 더 커진다. 그래서 기차가 빛의 속도로 가면 기차 안의 시간은 0이 된다. 빛의 속도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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