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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Nov 08. 2020

6-06. 안티에이징을 위한 물리학적 비결

쌍둥이 패러독스

각자의 시간이 다르다면 동시(同時)라는 개념도 상대적인 게 된다. 내가 볼 때는 A와 B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다른 이가 볼 때는 A와 B가 동시에 나타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의 시간과 타인의 시간이 다르며, A의 시간과 B의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아인슈타인은 역시 기차 사고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이번에는 달리는 기차 정중앙에 앞뒤로 동시에 빛을 발사하는 장치를 설치한다. 버튼을 누르면 장치에서 앞뒤로 빛이 나와 기차 머리와 꼬리에 동시에 도착한다. 그 빛을 감지하는 장치도 기차 양 끝에 하나씩 설치한다. 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양끝의 빛 알람이 동시에 울릴 것이다.


기차 바깥에 정지한 관측자에게는 어떨까. 그에게는 기차 머리와 꼬리에 설치한 빛 알람이 동시에 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차는 현재 앞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중앙에서 기차 양끝으로 발사된 빛이 이동하는 동안에도 기차는 계속 앞으로 전진 중이므로 중앙에서 꼬리까지의 거리는 줄어든다. 반면 기차 머리까지의 거리는 늘어난다. 빛의 속도는 동일한데 거리가 달라지므로 빛은 꼬리에 먼저 도착하고 그 다음에 머리에 도달한다. 따라서 바깥에서 보면 꼬리 알람이 먼저 울린 후 나중에 머리 쪽 알람이 울린다. 기차가 빨라질수록 그 간격은 더욱 길어진다.


정리하자. 물체의 운동 속도가 빨라지면, 1) 시간이 느려지고 2) 운동방향 축의 공간이 축소되고 3) 질량이 커지고 4) 동시성이 파괴되어 두 사건의 시간 간격이 길어진다. 여기까지가 특수 상대성 이론의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라야 할 의문이 있다. 당신도 지금 의아하지 않은가?


아인슈타인은 왜 본인의 사고실험에서 기차를 기준으로 삼았을까? 왜 반대로 하지 않았을까? 왜 기차 바깥에 정지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을까? 만약 거울과 빛 발사 장치를 바깥에 정지한 사람이 설치하고, 그것을 기차 타고 움직이는 사람이 관측한다면? 결과는 모두 지금까지 서술한 것들과 정반대로 나온다. 기차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고 공간은 늘어나고 질량은 줄어든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맞는가?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광속도 절반의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을 타고 10년 동안 우주여행을 한 후 지구로 돌아왔다고 가정하자. 누가 더 나이 들었을까?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에 따르면 운동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르므로 우주선을 타고 여행 다닌 쪽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을 것이고 따라서 지구에 남은 자매가 더 나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를 떠올려 보라. 정지한 내가 시속 100km로 이동하는 상대를 보나, 시속 100km로 움직이는 내가 정지한 상대를 보나 물리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지구에 남은 자매의 입장에서는 우주선이 가만히 있고 상대적으로 자신이 운동했다고 여겨도 그만이다. 그때는 지구에 남은 쪽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우주선을 타고 돌아온 자매가 더 나이 들어야 하는 게 맞다! 이 유명한 딜레마를 일컬어 ‘쌍둥이 패러독스’라 부른다. 얼핏 모순인 것처럼 보이는 이 사태는 사실 간단하게 해결된다.


붙박인 공간을 전제한 뉴턴의 우주에서는 물체의 속도가 중요한 변수였다. 하지만 고정된 공간이 사라진 아인슈타인의 우주에서는 더 이상 물체의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없는 우주 공간에 나만 있다면 내가 정지해 있는지 움직이는지 어떻게 알 것인가? 아니, 나의 운동 자체가 의미가 없다. 나의 운동은 다른 대상들과의 관계에서 규명되는데 그마저도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고 가정하자. 상식적으로는 내가 움직이는 게 맞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고 나를 제외한 모든 게 뒤로 움직이는 거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대상의 운동 자체는 대상의 물리적 속성을 규정하는 요인이 될 수 없다. 운동은 대상의 내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상만이 가진 고유한 인자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힘이다. 거리를 달리는 내가 움직이는 게 맞는 이유는, 나만 힘을 받고 나를 제외한 다른 대상들은 힘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지표면을 뒤로 밀면 작용-반작용 법칙에 의해 지표면 또한 나를 민다. 그러므로 내가 다리로 땅을 미는 만큼의 힘을 나는 받고 있다. 그 힘은 오직 나에게만 해당하는 요인이다.


쌍둥이 패러독스 문제로 가보자. 둘 중 누가 진짜 운동을 한 것인가? 당연히 우주선을 탄 자매 쪽이다. 왜냐하면 속도를 내기 위해 힘을 받은 쪽은 우주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선을 탄 자매가 젊고 지구에 남은 자매는 더 늙어 있는 게 정답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이론이 말 그대로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 특수한 경우란 바로 ‘등속도 운동’인 경우를 지칭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가속도 운동을 제외한 상태에만 적용된다. 쉽게 말해 힘 개념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이론이다. 힘 개념을 포함시킨, 가속도 운동까지 아우르는 이론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며 그것이 상대성 이론의 완성 버전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살펴볼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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