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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Nov 09. 2020

6-07. 아인슈타인 머릿속에 중력 한 스푼

중력과 공간의 관계

지금부터 사고실험의 무대는 기차가 아니다. 엘리베이터 안이다. 딱 4가지 경우만 가정하자. A: 자유낙하 중인 엘리베이터. B: 무중력 우주에 떠 있는 엘리베이터. C; 지표면에 붙어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 D: 무중력 공간에서 위쪽으로 중력가속도만큼 가속도 운동 중인 엘리베이터.


A 상태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중력을 느끼지 않는다. 자유낙하 하는 물체는 무중력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A상태인지 B상태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구분할 수 없으며 사실상 두 공간은 물리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C상태로 가보자.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중력을 느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점프하면 곧바로 바닥으로 떨어지니 말이다. 또 이번엔 D 차례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역시 관성의 법칙에 의해 가속도 운동 반대 방향(=아래 방향)으로 중력만큼의 힘을 받는다. 이때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C상태인지 D상태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역시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한결같다. C와 D는 물리적으로 동일한 성질의 공간이기 때문에 구분할 수 없다고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위와 같은 사고실험을 바탕으로 중력과 ‘가속도 운동에 의한 관성력’은 물리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를 ‘등가 원리’라 부른다. 그런데! 위 엘리베이터 실험에서 A상태인지 B상태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과 두 개를 수평으로 적당한 거리를 떨어뜨려 놓고 지켜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무중력 공간에 있다면 사과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반면 자유낙하 중이라면 두 사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질 것이다.


왜냐하면 중력의 방향이 평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중력의 방향은 정확히 지구 중심을 향한다. 공중에서 약간이라도 떨어져 있는 두 사과에 영향을 미치는 지구 중력의 방향 또한 평행하지 않다. 두 사과는 각각 지구 중심을 향해 추락하므로, 떨어질수록 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진다. 만약 지구 중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 그때서야 사과는 완전히 맞붙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과가 가까워지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이렇게 급발진한다. 공간이 구부러져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에 대한 증거를 다시 사고실험으로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A와 B는 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태이며, C와 D도 마찬가지이다. 이때 4가지 경우 모두에서 엘리베이터 왼편에 뚫린 구멍으로 빛을 쏠 것이다. 우선 B의 경우를 보자. 무중력 공간에서 수평으로 빛을 쏘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역시 수평으로 이동하는 빛을 볼 것이다. 그렇다면 A의 사람도 같은 장면을 목격해야 옳다. 그러니까 자유낙하 중인 엘리베이터 안에 수평으로 빛을 쏘면, 그 안으로 들어온 빛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 관점에서 계속 수평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관측돼야 한다.


허나 엘리베이터는 지금 자유낙하 중이다. 지표면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은 지표면을 향해 떨어지는 가속도 운동에 맞춰 빛 또한 똑같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포물선 모양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수평으로 이동하던 빛이 지구 근처에서 지구 쪽으로 휘어서 이동한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빛은 시간적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모순이 아닌 이유는, 빛은 지구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구에 가까울수록 공간의 곡률은 커진다. 그러므로 A 상황에서 엘리베이터 밖에서 보면 빛이 옆으로 움직이면서 점점 밑으로 휘는 포물선 운동을 보겠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수평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관측될 것이다.


D 상황에서도 똑같이 엘리베이터 옆에서 수평으로 빛을 쏜다고 상상하자. 엘리베이터는 위 방향으로 가속도 운동 중이므로 바깥에서 보면 빛은 수평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안에 있는 사람은 조금씩 밑으로 휘어지는 포물선 모양으로 이동하는 빛을 볼 것이다. C 상황에서도 동일하다. 지표면 위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 옆에서 빛을 수평으로 쏘면 지구가 구부러뜨린 공간을 따라 빛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점점 아래로 떨어지는 포물선 운동을 하게 될 것이다.


A와 B상황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둘 다 빛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걸 본다. C와 D상황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빛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포물선 모양으로 점점 아래로 떨어지는 궤적으로 본다.


결론1, 질량은 공간을 구부려 압축한다. 질량이 클수록 공간이 굴곡되는 곡률은 커진다. 그러므로 질량을 가진 물체에 가까울수록 공간은 더 심하게 왜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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