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 중력은 인력이 아니라 척력이다
중력과 시간의 관계
이번엔 질량이 큰 천체 주변에 수평으로 두꺼운 빛을 쏜다고 가정하자. 천체 주변은 공간이 휘어서 압축되어 있으므로 빛은 완전히 직선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천체 쪽으로 약간 굽어서 이동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물체에 가까울수록 곡률이 더 높기 때문에 천체의 지표면에 가까운 빛은 더 많이, 지표면에서 먼 빛은 덜 휠 것이다. 그러므로 두께가 있는 빛은 모두 똑같은 각도로 꺾이지 않고 원의 호 모양으로 부드럽게 휜다.
아인슈타인은 이 대목도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다. 같은 시간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앞서 두께가 두터운 빛을 가정했으니, 지표면에서 가장 먼 빛과 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빛을 비교해보자. 멀리 있는 빛일수록 반지름이 긴 호에 해당하고, 가까이 있는 빛일수록 반지름이 짧은 호에 해당하므로, 천체의 지표면에서 멀리 있을수록 같은 시간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는 길어진다.
그런데! 광속도 불변 법칙에 따라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므로 거리가 길다는 것은 시간 또한 그만큼 길다는 걸 뜻한다. 정리하자. 지표면에서 멀수록 빛이 더 긴 거리를 이동하고 지표면에서 가까울수록 빛은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를 이동한다. 그 말은 지표면에서 가까울수록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결론2. 질량이 있는 물체에 가까울수록 시간은 느려진다.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시간이 느려지는 비율도 비례해서 커진다.
글을 읽는 분 중에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대한 ‘중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왜냐하면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최대한 흠집없이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실체가 있는 힘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에게 중력은 허구적 힘이다. 아인슈타인이 중력을 이해하는 관점을 잠깐 알아보자.
지금까지 언급했듯이 아인슈타인은 질량을 가진 물체 주변은 공간과 시간이 왜곡된다. 물체에 가깝고 질량이 클수록 공간은 더 압축되고 시간은 더 느려진다. 물체와 물체가 충분히 가까이 있으면, 각각 상대 물체가 왜곡시킨 공간의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움직임에 따라 두 물체는 더 가까워지고 더 커진 굴곡을 따라 더 빨리 서로를 향해 움직인다. 공간이 물체를 중심으로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 또한 지구가 왜곡시킨 공간의 굴곡을 따라 지구를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데, 지표면이 혹은 건물 바닥이 그 흐름을 막고 있다. 지구를 향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대한 저항이 생긴 것이다. 그 저항을 우리는 중력이라고 느낀다는 게 아인슈타인의 생각이다. 따라서 현실에서의 중력은 당기는 힘이 아니라 밀어내는 힘, 척력인 셈이다.
정리하자. 천체 주위의 물체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천체가 자신을 중심으로 굴곡시킨 공간을 따라 자연스럽게 천체를 향해 흘러가게 돼 있다. 쉽게 말해 천체를 향해 가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유낙하 상태일 때는 무중력 상태가 된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가속도 운동이 바닥에 의해 제지당하면 중력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중력의 정체는, 천체의 중심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천체를 향하는 가속도 운동에 저항하는 힘이다. 앞서 언급했던, 가속도 운동과 중력이 물리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라는 ‘등가 원리’를 다시 음미하기 바란다.
여기까지의 내용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빛 발사 장치와 거울을, 애초에 기차 안에 설치했는지. 반대로 기차 바깥의 정지한 사람을 기준으로 사고실험을 진행했다면 완전히 반대 결과가 나올 텐데 말이다.
여기서도 핵심은 ‘힘’에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힘을 받고 가속도 운동을 한다는 건, 중력을 발생시키는 것과 물리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기차와 정지한 사람 중 실제로 힘을 받는 건 어느 쪽인가? 당연히 기차 쪽이다. 따라서 기차는 중력을 발생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며, 결국 시간이 느려지고 공간이 압축되는 쪽도 기차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