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의 과학적 증거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물체의 질량도 물체가 받는 힘도 동일한 정도로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킨다. 그렇다면 질량과 힘은 통약가능한 개념인 셈이다. 질량은 힘으로 환산할 수 있으며 반대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질량을 힘으로 혹은 반대로 환산할 때 필요한 교환 단위가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일까? 질량과 힘을 매개하는 공통 단위는 바로 빛의 속도다. E=MC2라는 공식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법칙이다.
(사실 위 공식에서 E는 에너지이고 M은 질량이므로 정확히는 에너지와 질량이 환산 가능한 동일한 개념임을 나타낸다. 에너지와 힘은 물리적으로 다른 개념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에너지 또한 힘으로 환산 가능한 개념이기에 힘과 질량을 환산 가능하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다시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과 공간이 더 압축된다. 그렇다면 빛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어떨까? 빛의 속도로 운동하면 시간은 흐르지 않고, 공간은 이동방향 축으로 0으로 압축된다. 빛에게 시간이란 개념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으며, 공간 또한 마찬가지다. 빛이 광속으로 움직인다는 건 정지한 우리의 관점에서다. 빛의 입장에서 보면 빛은 이동하고 있는 게 아니다. 빛에게는 우주의 탄생과 소멸이 맞닿아 있고, 우주는 크기가 없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 또한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고 여겼다. 공간과 시간 또한 통약가능하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공간과 시간을 환산하는 매개 단위는 무엇인가? 역시 그것은 빛의 속도다. 1초의 시간은 30만km의 공간과 동급이다. 흥미로운 건, 이 우주에 속한 모든 물질은 광속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간축으로 30만km를 움직이는 빛에겐 시간축 이동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공간축으로 0km를 움직이는 인간은 시간축으로 1초씩 이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축으로 이동하는 양이 많아지면, 쉽게 말해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다. 어떤 대상이든 공간축 이동량과 시간축 이동량을 합하면 항상 1초(=30만km)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마음 놓고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상대성 이론은 보편적 물리 법칙일까, 한 과학자의 괴이한 뇌피셜일까. 과학적 가설이 법칙으로 받아들여지려면 관측적/실험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는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는 현실의 증거들을 살펴보자. 여기서는 1: 우주 팽창. 2: 중력렌즈효과. 3: 중력파를 차례로 다룰 것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우주에 적용하면 어마무시한 결론이 도출된다는 걸 아인슈타인은 진즉에 깨달았다. 우주가 계속 팽창하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우주 자체가 팽창한다는 망상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자신이 손수 만든 방정식에 아무 의미도 감동도 근거도 없는 상수를 하나 박아 넣어버린다. 우주 팽창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고 14년 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에 의해, 상수를 추가한 짓이 헛수고였음이 밝혀졌다.
망원경으로 은하들을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구-은하 사이의 거리와,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는 정비례했다. 이것이 암시하는 바는 딱 한 가지였다. 우주 자체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 이 발표를 들은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에서 쓸데없던 상수를 떼며 이렇게 말했단다. 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스스로 망친 것이 본인 인생 최대 실수였다고 말이다.
상대성 이론이 맞는다면, 질량이 매우 큰 암흑성과 일직선상으로 뒤에 있는 항성의 빛을 지구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뉴턴 역학이 옳다면, 암흑성 뒤에 있는 별빛은 암흑성에 막혀 보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에 따른다면, 암흑성 주위를 통과하는 별빛이 암흑성의 중력에 의해 휘어져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암흑성의 질량이 엄청 크다면, 암흑성을 주위로 반지처럼 원환의 빛을 띠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중력렌즈효과라 한다.
이 현상은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고 불과 4년 후에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에 의해 관측되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발표되자마자 상당한 논란과 의혹에 쌓인 이론이었는데, 에딩턴의 관측 덕분에 괴짜 취급당하는 것은 면하게 되었고, 학계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은 질량에 의한 공간의 굴곡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질량에 의한 공간의 굴곡은 거리에 상관없이 순식간에 일어날까, 아니면 마치 지진파처럼 순차적으로 진행할까. 이렇게 상상해보자. 만약 아무 것도 없는 어느 우주 공간에 갑자기 짠, 하고 질량이 매우 큰 백색왜성이 나타났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백색왜성을 중심으로 공간은 심각하게 일그러질 것이다. 백색왜성 주변의 공간은 마치 파도를 타듯 순차적으로 휘어질까.
아인슈타인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우주에서는 그 어느 것도 빛의 속도를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이 왜곡되는 것 또한 빛의 속도 이하일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마치 파동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그것을 ‘중력파’라 부른다. 중력파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고 딱 100년이 지나서야 검출되었다. 2015년의 일이다. 중력파가 검출되고서야 상대성 이론은 더 이상 의심할 나위 없는 과학 이론이라는 입지에 올라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