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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Nov 12. 2020

6-10. 시간여행은 가능할까?

시간여행이라는 환상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상대성 이론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주제다. 아인슈타인은 시간 여행의 가능성에 대해 정확히 어떤 의견을 비쳤는지 알 수 없지만, 여기서는 후대 물리학자들의 생각을 통해 그 가능성을 살펴보려 한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그들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시간 여행이란 과거로 가는 여행은 아니다. 물리학적으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 세 가지뿐이다. 첫째,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 이때 빠른 속도란 비행기나 우주선 속도 정도가 아니라 초속 수만km 이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초속 18만km로 이동하는 우주선을 8년간 타고 지구에 돌아오면 지구는 10년이 지나 있기 때문에, 지구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2년 전 사람이 미래로 시간 이동해 온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10-8=2).


둘째, 중력이 매우 강한 곳에서 오래 머물다가 돌아오기.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중력이 강한 곳에서 n년을 머물다 지구에 돌아가면 지구는 그 이상의 시간이 흘러있기 때문에 역시나 지구 사람들은 내가 과거에서 온 줄 알 것이다.


셋째, 웜홀 통과하기. 웜홀이란 서로 다른 시간축의 우주를 연결하는 시공간 터널인데, 한쪽 입구로 들어가 반대쪽으로 나가면 미래의 우주로 통한다. 반대로는 이동할 수 없다. 웜홀은 이론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개념으로 실존하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이 대체로 합의하는 시간 여행은 위와 같이 시간의 흐름을 지연시켜 시간 여행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이거나 혹은 미래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미래로 가는 여행이지 과거로 가는 여행은 아니다.


사람들이 꿈꾸는 시간 여행은 저런 식이 아니다. 사람들은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한지 궁금한 거다. 다시 제대로 물어보자.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여기서는 스티븐 호킹의 답변과 그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시도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우선, 호킹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미래에서 현재로 여행 온 자가 없다는 것과, 인과관계가 근본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이라는 다소 예상 가능한 답변도 있었지만, 여기서는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내가 a시점에서 b시점으로 시간여행을 한 후 곧바로 b시점에서 a시점으로 역시간여행을 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나는 a시점에서 b시점으로 시간여행 하는 나 자신의 리와인드(rewind)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곧바로 a시점에서 b시점으로 시간여행 한다면 맨 처음 a시점에서 b시점으로 시간여행 하던 나 자신과, 방금까지 b시점에서 a시점으로 역시간여행 하던 나의 리와인드를 보게 된다. a시점과 b시점을 왕복 시간여행할수록 내가 점점 불어난다. 호킹에 따르면 이것은 모순이며, 질량 보존의 법칙에도 어긋나므로, 시간여행은 원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 생각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하나는 위와 같은 사고는 여전히 네 번째 차원인 시간을 고정 변수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이미 '시간 차원=상대 변수'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현재의 우리에게 공간이동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1·2·3차원의 공간 좌표를 모두 변동 가능한 변수로 보기 때문이다.


공간의 위치를 3차원 좌표로 표시한다면 (x, y, z)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x, y, z)라는 좌표 위치는 '나'라는 대상을 포함할 수도 있고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가능하며 두 상황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여기에 네 번째 차원인 시간까지 가담해도 똑같은 결론이 나와야 한다. (x, y, z, t)라는 시공간에 내 몸이 존재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가능하다. 내가 미래로 여행하려 특정 시공의 좌표를 지나쳤기 때문에 영원히 그 좌표에 내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여전히 시간을 절대적인 변수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가 더 이상 네 번째 좌표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둘째 오류는, 특정 시간대의 어딘가로 여행한다는 생각 자체가 뉴턴의 절대적 우주관에 입각해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우리가 2100년 1월 1일 0시로 시간여행 한다고 해보자. 그 생각 자체에는 이미 우주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시간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 우주 전체가 동일하게 2100년 1월 1일 0시인 순간 따윈 있을 수 없다.


모든 물질의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그것이 상대성 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준 우주의 비밀이다. 이미 내 발끝의 시간과 내 머리의 시간도 조금은 다르다. 왜냐하면 발 쪽의 중력이 머리 쪽 중력보다 더 크므로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오른팔을 쭉 뻗어 원모양으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손가락의 이동속도는 어깨의 이동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 쪽의 시간이 몸체의 시간보다 느리게 흐른다. 그것이 비록 0.000000000000001초의 차이일지라도 말이다.


쉽게 말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시간은 같지 않다. 해당 물질이 받는 중력의 크기와 운동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지구인들은 인공위성이 알려주는 표준시간대를 보편 시간이라고 합의(또는 착각)하고 살아갈 뿐이다. 그러므로 2100년으로의 시간여행이란 사실상 허구의 목적지를 가진 망상의 여행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진정 시간여행을 근본적으로 할 수 없는 이유다.


상대성 이론을 이해했다면, 시간여행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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