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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Jun 14. 2017

[겟아웃] 평이 극과 극인 이유

놀이공원의 바이킹 같은 영화



1달 전쯤인가. 믿을 만한 안목을 가진 2명이 각자 나에게 영화 [겟아웃]을 추천했다. 진짜 재밌는 영화니 꼭 보라고. 나는 그 영화가 어떤 건지도 모른 채 영화관에 갔고, 사전정보 1도 없이 [겟아웃]을 관람했다. 다 보고 나올 때의 나는 분노 상태였고, 그들에게 미친 듯이 욕설과 불만을 토로했다. 대체 이게 어디가 재밌는 거냐고.


생각해 보니 그 두 사람의 공통점과 나와의 차이점이 짐작됐다. 영화를 추천한 두 사람 모두 공포 영화를 썩 잘 보는 편이 아니다. 나는 공포 영화를 아주 잘 보는 타입이다. 그래서 몇 가지 주변인들의 샘플을 취합해서 추론한 결론은, 일반팬(여기서는, 공포영화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부류 총칭)은 [겟아웃]을 재밌어 하고, 공포영화팬은 재미없어 한다는 거다. 무서운 거 못 타는 이들은 바이킹만 타도 심장이 신장을 내리찍는다며 놀라워하지만, 놀이기구 마니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처럼.


1. 귀신 없어 다행 VS 대체 어디가 무섭다는 거야


[겟아웃]은 스릴러의 서사를 가진 하우스 호러 포맷의 영화다. 그런데 하우스 호러에 으레 있어야 할 존재가 없다. 바로 귀신이다. 공포의 원인은 로즈의 가족이다. 그래서 공포영화를 못 보는 이들은 귀신이 없는, 견딜 만한 수준의 영화를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공포영화팬은 귀신도 없고 딱히 무서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로즈의 가족? 이상하긴 하지만 그건 영화가 분위기를 기기묘묘하게 몰아가서 그런 거지 따지고 보면 공포의 실체는 없다. 그렇다고 온전히 스릴러의 외피를 쓴 것도 아닌지라 긴장할 요소도 없다.


2. 신선한 소재 VS 식상한 소재


일반팬 중에는 두뇌이식이라는 소재가 전혀 예상 밖이었다고 놀라워하는 이들이 많다. 흑인을 납치해서 그를 죽일 거라는 정도는 예상했지만, 설마 두뇌를 흑인 몸에 넣어서 새 삶을 얻는다는 내용은 다른 작품이나 컨텐츠에서 접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공포영화팬뿐만 아니라 영화를 좀 찾아보는 이들에게 두뇌이식은 전혀 새롭지 않다. 언뜻 생각나는 영화가 한국에서는 [더 게임]이 있고 외국영화로는 [셀프/리스]가 있다. 그리고 명확히 제목이 떠오르진 않지만 두뇌이식을 소재로 한 작품은 영화뿐만 아니라 만화나 소설 등에도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3. 다양한 장르 종합 선물 세트 VS 유치한 장르 짜깁기


일반팬들에게 [겟아웃]은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범죄 로맨스 등이 적당히 조합된, 마치 이것저것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샘플러 같은 영화다. 어느 하나 과하지 않게, 적당히 견디고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포영화팬에게는 이도저도 못 된다. 호러라고 하기엔 무섭지 않고, 스릴러나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서사가 빈약하고 전개가 예상 가능하다.


4. 숨막히는 반전 VS 너무 많은 힌트


일반팬들은 [겟아웃]이 엄청난 반전영화라고 입을 모은다. 로즈마저 악당이었다니! 집안의 남녀 흑인은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였다니 말이다. 하지만 공포영화팬에게는 복선을 보여주는 방식이 클리셰 범벅이다 못해 너무 과하게 느껴진다. 혹시라도 관객이 이 암시를 못 보고 지나칠까봐 염려해서인지, 해당 힌트를 보여주는 컷 또는 씬에 할당하는 러닝타임이 긴 편이고, 심지어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고는 한다. 게다가 그런 방식 자체가 이미 기존 공포영화에 자주 나와 기본문법처럼 안착한 방식이라 마치 족집게 과외 선생이 정답을 떠먹여주는 기분이 다. 그들에게 [겟아웃]은 더 깊이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영화다. 나의 경우, 마지막에 크리스가 플래시 터뜨려서 월터를 깨우면 월터가 로즈를 죽이겠구만,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0. 적절한 영화 추천을 위해


그래서 앞으로는 누가 추천해 준다고 덜컥 찜해둔다거나, 누군가 혹평한다고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일은 조심스럽게 해야 하겠다. 당사자의 애장 작품을 참고하고 평소 그의 취향을 대강이라도 알아둔다면 더 유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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