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이 주가를 연출하는 방식

모든 관찰은 주관적이다

by 이태이

어릴 때 과학백과사전을 보는 것이 취미이자 낙이었다. 각 행성의 사진들, 태양계의 이미지, 저 멀리 은하들과 별들의 사진. 너무 멋지고 황홀했다. 우리 우주가 이렇게 생겼구나. 그 아름다운 자태를 뇌에 새겼다. 크고 나서 알았다. 그 사진들이 우리 우주의 진짜 생김새가 아니라는 걸.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우주 사진들은 전파망원경 등으로 촬영하여 리터치한 이미지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주 사진만 그럴까. 우리가 카메라로 찍는 사진도 실은 기계의 내부 프로그래밍에 의해 제각각 리터치된 이미지다. 색온도, 셔터속도, 감도, 초점, 화각, 초점 거리 등 다 특정값으로 세팅된 결과물이다.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일반 카메라와는 완전 다르고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 또한 전혀 다르듯 말이다.


그렇다면 사진만 그럴까. 아니다. 우리 눈도 실은 똑같다. 우리 눈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시각적 장치와 구조, 그리고 뇌의 프로그래밍에 따라 우리는 세상을 본다. 그러니 뱀이 보는 세상이 다르고, 벌새가 보는 세상이 다르다. 물체의 진짜 색이란 뭘까. 꼭 태양의 가시광선에 비춰진 색이 그 물체의 진짜 색일까. 적외선이나 자외선에 비춰진 색은 가짜일까. 어떤 시각 구조를 통해 본 것이 더 객관적일까. 허나 여기서 객관이란 없음을, 모든 게 다 주관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캔들차트를 보고 있으면 가끔 위와 같은 생각이 든다. 캔들차트도 주가 그 자체인 건 아니다. 캔들의 규칙에 따라 주가 정보가 연출된 것이다. 캔들의 시각적 표상이 주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그 느낌 자체는 주가 정보가 아니다. 그러니 그 느낌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차트에는 캔들차트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캔들차트가 쓰였지만, 서양은 20세기에 주로 바차트를 썼다. 구름 차트 등 그 외의 몇몇 차트들은 기본 캔들차트 위에 분석 도구로 추가적으로 쓰이고 있다. 같은 시기 같은 종목이어도 어떤 차트로 보냐에 따라 느낌은 꽤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증권사의 차트를 보느냐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고, 같은 증권사여도 HTS로 보느냐 MTS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또 설정을 어떻게 하는지, 한 화면에 나오는 캔들 수를 몇 개로 하는지 등에 따라서도 감각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한 화면에 캔들을 120개 정도로 설정했다가 300개로 바꿔 보았다가, 최근에는 215개로 보는 중이다.


맨 처음 계좌를 D증권사에서 트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D사 프로그램의 차트를 봐야 마음이 편안하다. 웃기게도, 조건검색식을 위해 K사 HTS와 MTS를 쓰면서도 차트는 꼭 D사 것으로 본다. K사 차트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남자는 첫 사랑을 못 잊는다는데, 트레이더는 첫 계좌가 중요한가보다. K사 프로그램으로 종목을 찾고 다시 D사 프로그램으로 차트를 보는 노가다를 하는 나 자신이 참 바보 같지만, 별 수 없다.


논외로 현재의 주가 시스템에서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매일의 주가가 결국 종가로만 기록된다는 점이다. 만약 그날의 거래량이 100만 주였고, 99만 9999주가 다른 범위의 주가에서 거래되었다가 종가에서 딱 1주가 특정 가격에서 거래된다면(물론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겠지만) 그날의 주가는 딱 그 한 주가 거래된 마지막 가격으로 기록된다. 이는 과연 주가 정보나 거래 정보를 아는 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방해가 될까. 오히려 노이즈로 정보가 오염되는 건 아닐까. 대부분은 종가로 계산한 이동평균선을 쓸 텐데 그건 또 괜찮을지. 물론 고가와 저가의 중간값이나 시가와 종가의 중간값을 토대로 이평선을 쓰는 투자자도 있고, 그 외 여러 계산법으로 이평선을 설정할 순 있긴 하다만.


분봉이어도 마찬가지고 주봉, 월봉, 연봉으로 가면 그 왜곡은 훨씬 더 심해진다. 주봉에서는 금요일의 종가가 그 주의 주가로 표시된다. 월봉에는 해당 월의 마지막 날의 종가가, 연봉에서는 12월30일의 종가가 자리매김한다. 물론 해당 기간 동안의 저가와 고가, 시가와 종가가 나타나고 빨강/파랑이라는 색깔로 주가의 방향성을 나타내긴 하지만 디테일한 주가의 변동을 캔들 하나로 나타내기는 무리다.


저 멀리 공손룡이라는 고대 학자를 만나러 갈 것도 없이, 몇 년 전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도 평균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았나. 생후 12개월이면 이제 걷기 시작할 때네요. 그런 식의 말은 초보 엄마를 패닉에 빠뜨린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든 아이들이 다 12개월에 걸음마를 떼지 않는다. 우리가 앉는 의자나 책상 높이는 어떤가. 아파트 주방의 싱크대 높이는 또 어떤가. 평균에 맞춰져 있어 나처럼 키가 큰 사람은 디스크 걸리기 딱 좋다.


위 문제는 대푯값의 일반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과연 평균값은 그 집단 전체를 대표할 수 있을까. 중앙값이나 최빈값은 어떤가. 주가를 종가가 아니라 시가와 종가의 중앙값이라든가, 저가와 고가의 중앙값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혹은 그날 가장 많이 거래된 가격인 최빈값으로 나타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주가별 거래량을 가중평균해 나타내는 차트도 있긴 하다. 바로 VWAP이다. 기관들은 그 지표를 중요하게 생각해 분석에 참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런 차트가 아니어도 매물대나 분봉 차트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은 파악할 수 있으니 캔들 차트가 불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겠다. 다만 일봉 차트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Q. 유리창이 있어 바깥을 볼 수라도 있는 게 어디야. vs 유리창 때문에 나와 세상이 가로막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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