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세계관

수렴 vs 발산

by 이태이

주식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중에서도 기술적 분석을 통한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다음엔 어떤 스타일로 투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80억 명의 투자자가 있다면 80억 가지의 투자 방법이 있겠지만, 그래도 구분해 보자면 먼저, 기간에 따른 구분이 수월할 것이다. 장기 투자, 중기 투자, 단기 투자로 일단 구분하자. 이 중에서 장기와 중기는 좀 애매하긴 한데, 연 단위인가 월 단위인가로 나누면 얼추 맞겠다.


단기 투자는 훨씬 더 세부적으로 나뉜다. 날을 넘기는 스윙, 하루 안에 매수와 매도를 끝내는 데이트레이딩,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사고파는 스캘핑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각 투자 방식을 한 번씩은 다 해보기를 권한다. 초단타를 하고 싶어, 스윙을 할 거야, 라고 해서 그걸 다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가령, 학창시절에 과학을 잘하고 싶어도 영어만 잘하게 되거나, 영어를 잘하고 싶어도 수학을 잘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기 마련이니, 그 또한 인생의 딜레마 아니던가. 막상 해보면 자신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맞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맞는 투자법도 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돌파매매, 눌림매매, 상따매매, 하따매매, 골든크로스 매매, 데드크로스 매매 등 정말 차트 매매법은 천차만별이다. 재밌는 건, 서로의 매매법이 상반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골든크로스 매매를 하는 이들은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고려해서 매수하는 것이기에 이들은 데드크로스가 나오면 손절을 고려한다. 반대로 데드크로스 매매를 하는 이들은 오히려 데드크로스가 나올 때 잠깐 반등을 기대하며 매수점을 기다린다.


철학도 비슷하다. 1차적으로는 자신에게 맞는 철학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게 아이러니인 게, 애초에 내가 각 철학자들이 어떤 주장을 했고 어떤 세계관을 지녔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공부하려는 건데, 내가 어느 철학자와 잘 맞을지 어찌 알겠는가. 그러므로 초심자에게 철학 입문서는 참으로 소중하다.


철학도 크게 구분하면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으로 나뉜다. 다시 서양 철학은 시기별로 구별된다.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인 고대 희랍 철학, 직후인 고대 그리스 철학, 데카르트부터 헤겔까지인 근대 철학, 20세기 이후를 퉁쳐서 현대 철학. 현대 철학에는 실용주의, 영미철학인 언어철학, 프랑스 쪽으로는 해체주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 그 외에 독일의 현상학 등이 있다.


동양 철학은 크게 나누면 중국 철학과 인도 철학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중국 철학의 주류는 시기와 상관없이 유학이고, 유학의 변신과 재해석에 따라 학파가 나뉘는 정도이다. 따라서 일반인이 중국 철학을 공부한다면 제자 백가 시대의 사상가를 배우는 정도로 충분하다. 더 깊이 들어가면 전공자의 영역이 된다. 인도 철학은 사상가보다는 경전이 우선이다.


저것들을 하나하나 다 공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역시 서양 철학 입문서라든가 중국 철학 입문서 같은 것으로 전반적으로 개괄하는 것이 좋다. 읽다가 꽂히는 인물이나 사상이 있다면 그를 쫓으면 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입문서를 고를 때도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가 관건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림파와 훈구파로 나누길 좋아하는데(당신이 아는 그 사림파와 훈구파가 맞다!), 사림파는 시간 순에 따라 맨 처음부터 차례차례 공부하길 좋아하는 쪽이고, 훈구파는 순서와 상관없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할 것 같은 내용을 먼저 고르는 쪽이다. 가령 서양철학을 공부할 때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한다면 사림파, 20세기 해체주의 철학을 먼저 고른다면 훈구파다.


주식 공부도 비슷하다. 주식을 시작하겠다며 기본 용어 정리부터 시작해, 주식 시장의 역사라든가,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건드린다면 당신은 사림파다. 반대로, 주식의 역사니 경제학이니 그런 건 모르겠고, 지금 당장 내가 차트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요즘 가장 핫한 테마는 무엇인지 등 수익 내는 방법부터 공부한다면 당신은 훈구파다. 물론 이는 나의 구분 기준일 뿐이니 재미로 봐주기 바란다.


참고로 나는 예전엔 사림파였다가, 주식 투자를 시작할 즈음부터 훈구파로 역변한 케이스다. 오랫동안 사림파로 살다보니 답답했던 점도 있었고 또 지금 당장 내가 돈을 버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주식의 역사라든가 이론 따위 궁금하지 않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철학이나 여타 독서를 하는 데 있어서도 훈구파 쪽으로 바뀌었다. 사림파처럼 공부했다가는 평생 입문서만 볼 것 같았기에.


아무튼 그렇게 입문서 몇 권 읽다보면 마음을 건드리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때부터 그 사람을 파면 된다. 니체가 좋으면 니체를, 비트겐슈타인이 마음에 들면 비트겐슈타인을. 평생 한 사람만 팔까봐 두려운가? 그래도 상관없지 않나. 니체는 평생 니체로 살았기에 현대철학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보통은 전공자가 아닌 이상, 평생 한 사람만 파게 되진 않는다. 한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하고 깊어지다 보면 저절로 헤어질 때가 온다. 회자정리다. 이제 이 사람은 놓아줘도 되겠구나 하는 때가 의도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때가 되면 새로 알고 싶은 인물들의 리스트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그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철학자를, 사상을 공부해 나가면 된다.


간혹 기존의 철학자나 사상을 공부하는 것이 반-철학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애초에 재료가 있어야 생각을 할 수 있다. 예전 철학자들이, 혹은 나와 동시대 사상가들이 어떤 고민과 호기심을, 세상에 대한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레퍼런스가 있어야 그를 따라서/그에 대항하여 나름의 내 생각이 만들어진다. 무에서 유가 생기진 않는다.


옛 사람(혹은 동시대인)의 생각을 공부하다 보면,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반대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생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하여 나는 어떤 식으로 입장을 정립하고 또 그들에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된다.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게 철학 공부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 방법과 생각의 내용이 동떨어져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가령, 데카르트가 어떻게 코기토를 정립하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생각의 논리적/형식적 방법론과 그 생각의 내용을 동시에 알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방법 따로 내용 따로일 수가 없다.


앞서 주식 투자의 다양한 방식을 모두 한 번쯤 연습하고 실습해보라고 권했는데, 크게 보면 주식 공부와 철학 공부는 정반대다. 주식은 다양한 방법을 실행하가면서 점차 자신의 방법을 찾고 그에 수렴해야 한다. 반면, 전공자나 학자가 아닌 이상 철학 공부는 한 사람의 철학자에서 시작해 점점 더 많은 인물과 시대, 이론으로 뻗어나아가게된 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미시적으로 보면 주식이든 철학이든 그 분야 내에서도 다양하게 알수록 좋다. 나의 경우 지금은 스윙만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기법이 무쓸모인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법을 한 번쯤 거쳐 가길 잘했으며, 그랬기에 지금의 투자법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가령, 차트는 주로 일봉 차트를 보지만, 매수를 고민할 때는 주봉과 월봉만 아니라 분봉까지 본다. 특히 분봉을 더 열심히 확인한다.


차트뿐 아니라 호가창도 봐야 한다. 호가창이 특히 유용한 때가 매도할 때다. 해당 종목의 승기가 꺾였는지 아닌지는, 호가창의 매수 측에 추격매수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두툼하게 따라와 쌓이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윙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각 시기별 봉차트와 호가창, 재무재표, 당일 거래대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매수를 판단하는데, 각 부분은 장투와 단타를 할 때 열심히 공부하고 써먹었던 것들이다. 이는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확실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철학에서도 한 명의 철학자를 공부할 때보다 더 많은 인물을 공부함에 따라 이해의 스펙트럼과 깊이가 달라진다. 가령 칸트의 물자체 개념만 생각해 보더라도, 그것만 알았을 때보다, 플라톤의 이데아, 헤겔의 절대정신, 라캉의 현실계(=실재계) 등의 개념을 공부하면서 각각에 대한 이해와 음미가 더 깊고 명확해졌다. 물자체, 이데아, 절대정신, 현실계는 공통점도 크지만, 각 개념이 사유된 시대적/논리적 맥락과 그것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 등은 사뭇 다르다. 그 공통점과 차이점이 이해되면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이다.


Q. 주식은 단기투자가 안전하다.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날을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 vs 단기투자는 기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컨트롤하기 어렵고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투자 기간을 넓게 잡을수록 예측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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