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이 May 05. 2018

1-9.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

다윈이 못다한 답변을 대신하는 진화론자들

다윈 이후 현대의 진화론자/생물학자들은 위 다섯 가지 반론에 어떻게 답변하는지 들어보자. 우선 왜 이행적(=과도기적) 변종을 볼 수 없는가? 새로운 종이 갈라져 나올 때는 다양한 형태의 중간종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윈이 말한 대로 그들 대부분은 멸종했다. 그래서 화석의 형태로 발견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화석으로도 발견된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화석 발굴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18세기 후반이므로 지금까지 200년 남짓밖에 안 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발굴한 화석보다 묻힌 화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앞으로 더 많은 화석이 발굴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 말대로인지, 20세기 후반에 공룡과 조류의 중간 단계인 시조새(=아르카이오프테릭스)의 화석을 발견했다. 더욱 놀라운 건 어류와 양서류 사이의 이행종을 화석이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개체로 발견했다는 거다. 실러캔스와 틱타알릭이다. 그것들은 지느러미도 아닌 다리도 아닌 중간 형태의 기관을 앞뒤로 가지고 있으며 짧은 시간 동안 물 밖에서 지낼 수 있다. 현재 자연에는 아직도 우리가 보지 못한 생물종이 무수히 많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의 진화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다윈의 점진적 진화론과 단속평형설이 쟁점이다. 단속평형설이란 변이가 한 번에 큰 폭으로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값과 같다고 해야 할까. 지느러미가 서서히 다리로, 날개가 조금씩 앞발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 만에 돌연변이처럼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20세기 말에 유전학자들은 단속평형설에 무게를 실어주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보통은 유전자가 각 부위나 조직·기관의 형질을 결정하지만, 어떤 유전자는 전체적인 구조나 형태를 결정짓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다음 세대는 부모와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둘째 질문이 극도로 특이한 습성이나 고도로 복잡한 기관이 어떻게 진화로 탄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대 진화론자들은 유전자 수준에서 답을 찾는다. 예를 들어 눈을 만드는 유전자군을 팍스6라고 부른다. 그런데 현존하는 생물종 중에 눈을 가진 모든 것들은 팍스6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단백질 사슬은 100% 일치한다. 파리의 팍스6 유전자를 쥐에게 집어넣어도 해당 쥐는 건강한 눈을 발생시킨다(예상과 달리 쥐에게서 파리의 눈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만약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각 종이 처음부터 서로 다르게 만들어진 거라면, 왜 동일한 기관을 가진 모든 동물종의 유전자 구성이 동일할까. 그것은 오히려 진화론으로 설명해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동일한 기관을 가진 것들끼리는 반드시 공통의 조상을 가졌기 때문이다. 현재 눈을 가진 모든 생물종의 공통 조상은 약 5억 년 전에 진화한 생물종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5억 4300만 년에서 4억 9000만 년 전이 캄브리아기인데, 생물학자들은 특히 이때를 캄브리아 대폭발기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그 시기에 생물종 수가 급격하게 늘었고,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생명이 갑자기 출현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학자들은 시각의 발달로 본다.


눈이 없어 시각이라는 감각이 없는 생명체들은 굉장히 단조로운 생활 패턴을 보였겠지만, 눈이 발달한 후로 생명체들은 다채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빛을 파악할 수 있고 색과 형태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피식자를 쫓고, 천적으로부터 도망가고, 환경에 적응하고, 짝을 찾고 번식하는 등의 생명활동 전반이 이전과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음 세대는 전 세대와는 다른 형질을 가진 자손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생존하고 번식했을 것으로 추론된다. 눈의 탄생은 그 시기 다양한 생물종의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대의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또 다른 답변은, 아무리 고도로 발달한 기관이어도 완벽하지 않으며 저마다의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눈이 굉장히 복잡한 것 같지만 척추동물의 눈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맹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망막에 시신경이 바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시신경이 연결된 부위에는 상이 맺힐 수 없다. 따라서 해당 부위는 뇌가 임의로 만들어낸 영상 신호로 대체된다. 반면 오징어 같은 두족류의 눈에는 맹점이 없다. 그런 면에서 그들의 눈이 시각적으로는 더욱 발달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호흡기관 또한 상당히 불완전하다. 음식을 섭취하는 통로와 호흡을 들이마시는 통로가 입구에서 겹친다. 식도와 기도는 후두 부분에서 만난다. 그 때문에 음식물을 잘못 삼켜 기도로 넘어가 사망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척추동물의 호흡기관이 완벽하다면 숨을 들이쉬는 통로가 아예 따로 존재했어야 했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렇게 불완전한 형태로 인간을 만들었을까. 이는 무작위한 자연선택의 결과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1-8. 라이거와 노새의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