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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Jul 18. 2018

영화와 실화의 극적인 콜라보

[잉글랜드 이즈 마인]의 미덕

매번 거의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본다. [개들의 섬]은 감독만 알았고 대략적인 내용은커녕 애니메이션인지조차 모르고 봤다. 제목 때문에 무협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어서, 보며 안심했다. [마녀]는 감독도 내용도 장르도 전혀 모르고 봤고. [잉글랜드 이즈 마인] 또한 영국 영화라는 정보 외엔 아무것도 모르고 감상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일어설 때는 얼치기 음악연습생의 실패담인 줄 알았다. 그러다 한참 뒤 검색해 보니 ‘더 스미스’ 리더 모리세이의 실화라니.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영화와 실화가 만나야 비로소 완벽한 극이 될 수 있다. 영화만 보고는 어찌 알랴. 극중 모리세이가 나중에 전설이 될 줄.


만약 영화에서 모리세이의 성공까지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영화로서의 미덕은 사라졌을 것이다. 그것은 한낱 싸구려 판타지로 남았을 터이다. 주인공의 내적 고뇌와 주변인과의 악전고투,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온 달콤하고 화려한 성공. 너무 빤하고 진부해서 하품이 다 나오는 이야기다. 그걸 보고 관객은 오히려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성공한 극소수 영웅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결말으로 갈수록 더욱 비참해지는 모리세이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이보다 더 현실일 수 없음을 묘사한다. 음악이든 요리든 글쓰기든 사회는 인정해 주지 않을 자신만의 꿈을 지닌 채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들의 삶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공부와 실습. 그야말로 주경야독.

 

성공을 꿈꾸지만 아직도 시궁창인 현실을 겨우 견디며 사는 Dreamer.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아찔하지만 한편으론 따뜻하고 깊은 위안을 받는다. 영화관을 벗어나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 나중에 모리세이는 ‘더 스미스’라는 밴드로 성공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관객은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지고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내 인생의 영화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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