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이 Aug 03. 2018

그것은 시대의 호출인가

영화 [맘마미아 2]에서 바뀐 사소한 것들

[맘마미아 2]를 보고 너무 흥에 겨워 카카오톡 배경음악을 아바의 ‘mamma mia'로 바꾸었더니 낼름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맘마미아 2 재밌냐고. 근데 이 친구는 [맘마미아 1]을 무척 좋아하는데 비해, 나는 그 영화를 보기도 전에 2편을 먼저 본 거였다. 이 상태에서는 도움 되는 답변을 하지 못할 것 같아 [맘마미아 1]을 보고 답변하겠다고 했다.


나는 1편과 2편이 이어지거나 어쨌거나 다른 스토리라인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거의 똑같은 이야기에 몇 가지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뿐이었다. 곧장 친구에게 답했다. 1편이랑 2편 그냥 같은 판본의 버전A 버전B 같다고. 덧붙여 나는 2편이 1편보다 훨씬 재밌더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의 감동을 10년 동안 가지고 있는 내 친구와 같은 이들은 2편이 덜 재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엔 들었다. 더불어, 만약 나 또한 10년 전에 1편을 봤더라면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그 영화에 더욱 몰입하고 즐겼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문득 춘향전이나 그리스 신화 등이 떠올랐다. 그 이야기들은 정해진 정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듣는 사람에 따라 이야기의 판본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분명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이러저러한 요소들에 더욱 열광할지 몰라, 이 포인트에서 감격하겠지, 하는 계산과 전략을 머릿속에 깔고 서사를 전달할 것이다.


그렇다면, [맘마미아 1]과 [맘마미아 2]를 만들 때도 제작자들은 당연히 관객들이 어떤 요소에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지 고민할 것이며, 그 결과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최종 결과물일 것이다. 그러므로 춘향전과 그리스 신화가 그랬듯 맘마미아 또한 시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테다. 2008년과 2018년, 그 1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감히 두 영화의 차이라고 해도 완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나. 디테일하게 보면 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나는 크게 3가지가 눈에 띄었다. 하나는, 엄마인 도나의 젊은 시절 로맨스를 영상으로 직접 보여준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맘마미아 2]는 젊은 도나와 소피의 이야기가 2트랙으로 진행된다는 점. 1편이 현재 시점을 계속 유지하며 어린 시절 도나의 이야기는 현재의 인물들이 대사로 전달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식을 택했다면 2편은 젊은 시절의 배역이 몽땅 새롭게 나온다는 것이 큰 차이다.


둘째는 2편에서는 1년 전에 엄마 도나가 죽은 것으로 설정된다는 점. 그래서 현재 시점의 모든 등장인물이 도나를 그리워하는 식으로 묘사된다. 셋째는 1편과 달리 딸 소피가 연인 스카이와의 결혼을 갈구하고, 끝내 그 둘이 결혼하게 된다는 점이다. 1편 결혼식에서 소피가 쿨하게, 스카이가 원하는 것은 결혼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당차게 결혼을 취소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현실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영화가 이토록 다른 설정을 택했는지를, 이 글에서 밝히기에는 무리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대가 변하는 만큼 관객들의 니즈도 변한다는 것. 우리가 사랑과 결혼과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변했음을, [맘마미아 2] 배우들의 세월의 흔적과 함께 어렴풋이 더듬어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숨겨진 매력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와 실화의 극적인 콜라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