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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Jan 01. 2019

3-01. 국가란 무엇인가?

홉스의 망상과 마르크스의 비판

세 번째 인물은 칼 마르크스다. 마르크스는 기존의 인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1차원적인 접근을 다층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무슨 얘기인지는 이번 챕터의 글을 쭉 읽으면 알게 될 테니 서두르지 말자.


어쩌면 국가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릴 사상가는 토머스 홉스일 것이다. 인간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안전과 재산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데, 국가가 있기 전에 인간들은 자신의 부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폭력을 행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그러다 보니 서로 서로 물고 뜯고 뺏고 빼앗기고 싸우는 광란의 세상이 이어지니, 그것을 규제할 제3의 심판자도 공정한 규칙도 없어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조금씩 떼어다 1명에게 몰빵했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이 홉스다.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몰빵 받은 그 자가 주권자이며 그렇게 국가가 탄생했다고.


언뜻 듣기엔 그럴 듯하고 타당한 얘기 같지만 그의 말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물론 내 생각이 아니라 마르크스의 생각이다. 우선 국가가 생기기 전의 인간 사회에서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고 균질적인 입지를 지녔을까? 그들 사이에 아무런 위계가 없었을까?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할 수 없다. 가족 혹은 부족 등의 집단을 구성했다면 그 안에서 모든 구성원이 균질한 위치를 점했다고 가정하기 힘들다. 더구나 여러 가족 혹은 부족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 집단 사이에도 위계는 존재했을 것이다.


실제 각 지역의 고대나 중세 시대를 보면 이해될 것이다. 가령 고대 그리스나 스파르타 등의 폴리스에는 시민뿐 아니라 그 수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노예가 존재했다. 홉스 말이 맞다면 그들이 자신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노예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폴리스를 만들고 자신들을 다스릴 다수의 주권자(=시민)를 위임했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힘들다.


동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가령 고대 중국이나 고조선 등을 상상하더라도 모든 개인이 스스로 왕을 먼저 떠받들고 자신의 권리를 위임한 것으로 보기에는 선후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또 다른 의문은, 국가가 생기기 이전의 인간 사회를 알 수 있는 근거나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홉스도 자신의 이야기가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주장한 건 아니다. 다만 일종의 사고실험을 통한 추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마르크스는 실제 역사를 톺아보자고 말했다.


유럽의 고대와 중세를 돌아보면 국가란 지배집단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대 폴리스는 (노예와 외국인을 제외한) 시민만의 것이었고, 고대 로마는 귀족들의 것이었고, 중세의 성은 봉건영주와 가신의 것이었다. 그들의 밑에는 절대다수의 노예와 평민들이 늘 존재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주로 억압받던 바로 아래 계급들이 새로운 지배 계급이 되어 새로운 형태의 대립과 계급, 질서를 만들어냈다는 게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근대국가 또한 평등하고 균질한 인간들의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탄생하지 않았다. 다만 중세 귀족의 밑에서 억압받던 상인과 자본가 세력들의 반란에 기초한다. 그 결과 평등하고 균질한 인간 사회를 탄생시킨 것도 아니다. 여전히 근대국가는 새로운 계급과 새로운 대립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근대국가는 모든 국가 구성원의 안전과 재산을 동등하게 보장하는가? 전혀 아니라는 답이 도출된다. 근대국가는 상인 및 자본가가 설립했으며 따라서 그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사회 구조와 체계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국가는 그들만의 리그이며, 국가가 자유로운 합의체라는 홉스의 생각은 허구적 망상이고, 나아가 근대국가를 옹호하는 보수주의로 귀결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생각이다.


사실 국가가 생기기 전에 모든 개인에게 ‘재산’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가정 자체도 오류다. ‘재산’이라는 걸 가질 수 있었던 이들은 ‘모든 개인’이 아니라 일부일 뿐이며 그들은 당연히 각 시대의 지배 계층에 국한된다. 애초에 ‘재산’ 자체가 없는 개인에게 있지도 않은 재산을 지켜야 할 욕망과 동기는 물론 그걸 지키기 위한 합의라는 대안 자체도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홉스의 사상은 당대의 사람들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더 이해하기 쉬운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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