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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Jan 29. 2019

3-09. 기업이 이윤을 얻는 방식

급여라는 이름의 착취

백화점의 프레스티지 브랜드 중에 MCM이 있다. 볼 때마다 나는, 이들이 마르크스 이론에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그런 의구심에도 여지껏 그 브랜드 작명의 기원을 한 번도 검색해 본 적은 없다만. 내가 MCM에서 마르크스를 떠올린 이유는 그의 이론 중 M-C-M′이라는 공식 때문이다.


여기서 M은 상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말한다. 건물 임대료부터 원재료값, 기계설비료와 기술이용료 및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까지 모두 말이다. 그리고 C는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의 가치를 일컫는다. 그리고 M′은 상품의 가격이다. 재밌는 점은 M<M′이라는 거다. 만약 M=M′이거나 M>M′이라면 해당 기업은 영업을 접어야 한다. 기업의 유일한 목적이 무엇인가. 이윤 창출이다. input 대비 output이 많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원론적으로 따져보자. 왜 M′이 M보다 더 큰가? 만약 아무 이유없이 기업에서 생산에 투입된 총 비용보다 높은 값을 받고 물건을 판매한다면 그건 사기다. 이 대목에서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모든 교환은 등가교환이다. 이때 비용이란 그 기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받는 임금까지 모두 빠짐없이 계산한 결과다. 그런데도 그 비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건 역시 이상하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상품의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을 판매한다면 시장은 곧 붕괴하고 말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생각은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일단은 시장에서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등가교환이 맞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처음부터 총 비용을 의도적으로 낮게 계산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총 비용을 낮게 책정할 수 있나?


마르크스는 비용을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불변 자본과 가변 자본이다. 불변 자본은 모든 자본 요소를 말한다. 가변 자본은 노동력에 대한 임금을 칭한다. 이미 명칭에서 드러나듯 불변 자본에 들어가는 비용은 낮게 잡을 수 없다. 임대료부터 재료의 원가와 각종 기계값, 지적 재산권 사용료와 그 외 각종 시스템 비용 등은 그대로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이 모든 것들을 싸잡아 불변 자본이라 명명했다.


핵심은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에 있다. 원래 지불했어야 할 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책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그것을 가변 자본이라 이름 붙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건비 외에 낮게 책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세의 영주와 농노의 관계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이는데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세 시대에 성 안의 모든 땅은 영주의 소유이기 때문에 땅이 없는 자들은 영주의 소속이 되어 농노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농노는 영주의 땅을 빌려 농사지을 수 있는데 그 대가로 1주일에 3일은 영주의 땅에서 농사지어줘야 했다. 3일은 자신의 땅에서 농사지을 수 있었고 남은 하루는 안식일로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다. 쉽게 말해 1주일에 총 6일을 일하는데 그 중 절반은 영주를 위해 일해야 하는 셈이다.


이것은 그대로 자본가와 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마르크스는 생각했다. 다만 영주와 농노의 관계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반면,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는 은폐되어 보이지 않는 게 다를 뿐.


가령 상품X를 만드는 데 드는 불변 자본이 A, 가변 자본이 B라면 상품X의 가격은 A+B가 된다. 그런데 자본가가 A+B의 비용을 들여 만든 상품을, A+B의 가격으로 판다면 그건 자선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실제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B가 아닌, 그보다 적은 금액, 예를 들어 C(<B)금액을 준다. 그러면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B-C)의 차액을 챙길 수 있다.


이것이 자본가가 이윤을 얻는 방식이다. 문제는 자본가가 가져가는 이윤이 원래는 노동자의 몫이었다는 데 있다. 이것을 마르크스는 ‘착취’라 부른다. 자본가는 자본을 소유했다는 명목만으로 노동자 몫의 임금을 가져갈 수 있으며, 반대로 노동자는 자본을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몫을 자본가와 나눠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MCM 브랜드의 네이밍 기원은 어쩌면, 자기 기업은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다는 숨은 속내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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