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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이 Feb 05. 2019

한 사람을 위한 음식으로 모두에게 즐거움을

<우리가족: 라멘샵>을 보며 느낀 사적인 부러움

글쟁이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부터 내겐 필연적인 고독이 생겼다. 적어도 내가 쓰는 글을 부모님과 연인은 읽지 않을 것이라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통해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기쁨을 줄 수 없다는 아이러니. 하지만 그건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임을 안다. 알고 시작했기에 칭얼댈 수만은 없다.


<우리 가족: 라멘샵>의 주인공 마사토는 그런 점에서 내겐 아주 부러운 인물이다. 비록 이제 자신의 음식을 먹어줄 부모님은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그들이 먹고 즐기고 사랑을 나눈 음식을 이제 그 자신이 직접 만듦으로써 부모님의 빈자리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직업과 가족과 사랑의 합일!


음식 하나로 30년이나 묵은 가족사의 갈등을 해결하고, 반 세기가 넘은 국가 간의 아픔을 봉합한다는 설정은, 그냥 영화적 판타지로 넘어갈 수 있기에 그건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내 글로 사회적 아픔을 다스린다? 물론 그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테다. 그리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든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가지 이상(理想)일 뿐.


물론 누군가는 나의 글에서 지적 쾌감을 느끼며 즐길 거라는, 작은 건방짐 정도는 있다. 하지만 마사토처럼 부모님의 사랑과 삶을 계승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일은 도무지 나에게는 완수 못할 미션이기에.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부럽다. 불가능한 부러움.


다만 이런 우회는 가능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모든 글을 읽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을 위한 글 한 편 정도는, 책 한 권 정도는 언젠가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신해철도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음반을 하나 만들지 않았던가. 아내를 위한 재즈 앨범. 비록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고 평단에서 외면 받았지만. 신해철의 아내만이라도 그 음악을 듣고 만족했다면, 당시의 신해철은 행복했을 것이라고, 나는 분명 믿는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한 사람을 위한 글을, 책을 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어렴풋이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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