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너의 모든 것>(you)이 말하는 사랑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너무 어렵다. 아마 금세 포기하게 되거나 끝내 답을 얻지 못할 무모한 질문이다. 그러니 조금 쉽게 질문을 바꾸자. 무엇이 사랑인가? 말장난이 아니다. 이렇게만 바꿔도 조금은 더 쉽다. 정의를 하는 건 어렵지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우니까.
하지만 사랑이 어떠어떠하다는 일반론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응 그건 이 기준들에 충족되니까 사랑이야. 아니 그건 다 좋은데 이 기준에 어긋나기 때문에 사랑이 아니야. 이런 기준을 제시하는 건, 사랑을 묻는 질문에 대한 좋은 답변일 수 있는가. 나는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판단하는가. 혹은 누가 판단하는다. 느낌으로 당사자가 판단하면 되는 것인가. 그것 또한 회의적이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YOU>를 통해 물어보고 싶다. 이 경우는 어떠냐고 말이다. 여기서 벡에 대한 조의 마음은 사랑이냐고 말이다. 그가 한 행동은 사랑일까.
나는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본 후에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의 마음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억지로라도 사랑이라고 떼쓰고 싶다. 나는 이 대목에서 그것이 왜 사랑인지를 말하는 것보다, 내가 왜 조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주장하고 싶은지가 더 궁금하다.
사랑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니까? 그것이 사랑이다 아니다 타인이 판단하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라서? 일단 그런 마음이 생각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듯하다. 조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받는 벡의 입장은 어떤가. 당연히 벡은 그것이 정신병자의 미친 심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시 묻자. A가 B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 B가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거절하면, 그것은 사랑이 아닌가? 거절당한 모든 고백은 그렇다면 사랑이 아닌가? 여기서 논의를 혼동케할 우려가 있는 두 개념을 제외하겠다. 우선, 도덕이다. 조는 스토킹에 절도 및 폭행, 살인까지 저질렀기에, 그러므로 그는 반윤리적이기에 그것은 사랑의 범주에 들 수 없다고 말할 것인가. 그렇다면 외도는 어떤가. 그것도 반윤리적이기에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할 것인가.
둘째는 다수/소수 개념이다. 조의 사랑은 이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용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사랑이지만, 보편적이지 않고 특수한 행위에 대해 낙인을 찍는 것은 다수의 폭력에 다름 아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A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상대방인 B가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 그것은 사랑인가. 사랑일 수 있는가. 나는 이 지점에서 그것이 사랑이라고 옹호하고 싶은 것이다. 짝사랑도 사랑이라고 말이다. 용납/허락되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것만이 사랑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아무리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이라 하더라도. 그 누구도 용납 못한다 하더라도. 조의 마음이 사랑이라고 응원하고 싶다. 물론 그는 그 마음에 대한 대가와 책임을 달게 받긴 해야 한다. 범죄에 대한 판결 및 형벌과, 그것이 사랑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