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진짜 나 찾기, 독립출판물 제작 프로젝트
2. 내 이야기를 들어줘
누구든 나를 궁금해했으면,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간절함이 쌓여 글이 되었다. 우는소리만 하는 친구는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고, 고민 많은 아이들의 말을 다 들어주기에 어른들은 그들의 일만으로도 복잡하고 괴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속에 쌓여갔던 말들이 글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전국에 있는 서점을 리스팅하고 입고 메일을 보냈다. 서울 지역 내에 있는 서점엔 직접 방문해서 책방 사장님을 찾아뵙고 책을 입고했다. 서울부터 원주, 전주, 부산, 울산, 거제, 제주도까지. 갈 수 있다면 직접 찾아갔고, 가보지 못한 곳에는 책이 먼저 도착했다.
나의 조각들이 서점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기쁨으로, 책을 읽고 난 후 사람들이 남겨주는 감상평들과, 서점에서 날아오는 재입고 요청 메일을 내 삶의 연료로 만들며 그 시기를 보냈다. 가보지 못했던 곳에서, 모르는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따뜻한 무엇인가 마음 속으로 들어와 나를 꼭 껴안아 주는 기분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플리마켓에 나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함께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나갈 작가님들이 모였다. 팀명을 논의하고 각자의 출판물 이야기를 담아 팀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금, 토, 일 3일 동안 부스를 지키며 책을 팔았다. 우리 부스를 찾아온 많은 사람을 만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이야기를 듣고 먼저 찾아와서 응원해 준 친구들, 현장에서 책을 읽고 다른 친구에게 선물하겠다고 책을 산 사람, 처음으로 책에 싸인을 요청받은 경험, 어떻게 책을 만들었는지 묻는 사람, 나랑 같은 공간에 있던 작가님들의 아름다운 책과 문장들, 그리고 서로의 책을 읽고 함께 건네는 응원과 용기. 지금껏 이런 순간을 내가 기다려왔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플리마켓이 진행되는 3일 동안 판매를 위해 챙겨간 모든 책을 팔았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그저, 앞으로 계속해서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