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확장 멈춰!

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 5일 차

by 가영
그러니까 이 회고는 생각을 지금 이 순간에 두기 위한 연습이다.

나의 문제는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다. 생각을 확장하다 보니 내 기억 속에서 왜곡되고, 나쁜 기억으로 남는다.

요즘 크로스핏을 새롭게 시작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동작들을 배우고 있다. 바벨을 한 번에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스내치'라는 것을 했는데 눈으로 보고 따라 해 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엉성하고 웃긴 내 자세를 보며 실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코치님이 와서 좀 알려주면 좋겠는데.. 내 자세가 어떤지 봐주면 좋겠고.. 근데 무슨 이유 때문이 인지 무언가 물어볼 때마다 코치님은 어이없어하는 것 같고 화를 내는 것 같고 나는 쳐다도 안보는 것 같다. 그래서 기가 팍 죽어서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 코치님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게 분명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고 나니 몹시 피로했다.

아니, 그냥 내가 먼저 찾아가서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 스내치가 뭔지 모르겠고, 설명해 주시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엉덩이를 빼는 것인지 올리는 것인지 머리는 숙이는 것인지, 팔을 올리는데 동시에 앉아야 하고 그 타이밍은 어떻게 맞추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어요!!!!!라고 물어보면 될 걸 나는 왜 심통이 난 초등학생처럼 혼자 울먹거리며 낙담하고 있었는지... 나는 정말 피곤한 인간이다.


회사에서는 그런 일도 있었다. 마른 체형의 여성스러운 인상의 회사 동료분이 민소매 나시를 입고 출근하셨다. 그냥 날이 더우니까 그런가 보다 싶었고 회사에 에어컨이 강하니까 조금 추우시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도 날이 더우니 내일 민소매를 입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나도 민소매를 입고 출근했는데 다들 나를 보고 한 마디씩 말을 덧붙였다. '회사에서 옷을 왜 벗고 다니는 거야?'라고. 그 말을 듣다 보니, 왜 나한테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의아하고 당황스러웠다. 당황스러움을 해소하고자 나름의 해석까지 하게 되었다. 내가 체형이 크고 여성스럽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같은 옷을 입어도 더 꼴 보기 싫은 느낌이 드는 걸까? 역시 나처럼 덩치 큰 사람은 옷 입는 걸 주의해야겠지.. 하는 생각에 미쳤다.

왜 그 순간에 생각이 멈추지 않고 자꾸 확장되는 걸까? 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하고 넘어가거나, 역시 회사에서는 얌전하고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는 게 좋겠군.. 하고 생각이 멈출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내가 사랑하는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내 몸까지 스스로 비하해야 했는지, 내 몸에게 미안했다.


그러니까 이 회고는 생각을 지금 이 순간에 두기 위한 연습이다. 미래로 가져오거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현재의 상황과 기분에만 집중하려는 연습. '그렇구나, 나는 이럴 때 당황하는구나, 그럴 때 당황해서 말이 잘 안 나오는구나. 누구나 다 그렇지 뭐, 괜찮아.'라고 나에게 말을 건네주는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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