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생각이 산다

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 9일 차

by 가영
생각조각모음


머릿속에 뭔가 말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매듭이 엉켜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럼 글로 써볼까, 하고 한참을 펜을 들고 앉아있었지만 딱히 진도가 나질 않아 그만둔다. 아웃풋이 없는 이유는 인풋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책을 사기 시작했다. 책을 사면 책을 읽지 않아도 교양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밈이나 짤을 저장하거나, 유행하는 옷을 따라 사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머리가 까맣게 굳어버려하고 싶은 말도, 쓰고 싶은 글도 못쓰고 오직 공감만 가능한 로봇이 되면 어쩌나 걱정한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친구 2 정도의 배역으로 누군가 무슨 말을 하면 "그래, 내가 하려던 말이 그거야.", "야 진짜 소름 돋게 나랑 뉴런을 공유하는구나?"정도로 베리에이션을 주며 공감하는 것이다.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 나는 바보니까. 누군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서 말해주길 기다릴 뿐이다. 맞장구치고 온 힘 다해 오직 공감하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책을 읽었다. 귀여운 그림체도 좋지만 그림체만큼 기발하고 엉뚱하고 공감 가고 귀여운 상상력이 감탄스러웠다. 이제 이렇게 특출 난 사람을 보면 질투의 감정도 들지 않는다. 질투를 넘어서 경이롭고, 전 세계에 신의 총애를 받는 그룹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그룹에게는 각자 지독하게 잘하는 능력을 하나씩 주는 것이다. 너무 잘해서 옆에서 바라보면서 감탄만 나오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더운 여름과 감기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밤부터 침 삼킬 때 목이 따끔거려 불안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코도 맹맹하고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어제 하루 종일 뜨거운 태양아래 이동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너무 더운 날 더위를 먹은 걸까. 더위에 음식이 상하듯, 너무 더워서 사람도 상하는 것이다.

목이 아프고 불편하긴 한데 목의 칼칼함과 따가움이 주는 자극이 나쁘지 않았다. 도파민에 미치더니 이젠 몸이 받는 자극도 도파민으로 치부한다. 그냥 약을 먹지 말고 고통을 즐기며 버텨볼까... 하다가 눈앞에 약국이 보였다. 목이 아파서 목감기 약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몸살기운은 없나요? 콧물은 안 나요? 하고 자세히 물어보셨다. 약사님은 그냥 자기 일을 하신 것일 테지만 괜히 걱정받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플 땐 밥을 제대로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오랜만에 새 밥을 하고 제육볶음을 볶아서 한 끼를 만들어 먹었다. 배가 빵빵하게 밥 한 공기를 비우고 또 다음 주에 먹을 반찬을 만들고, 어질렀던 그릇들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니 괜히 내가 기특해져 엄마한테 전화를 걸고 한참을 자랑한다. 기분 탓인지 아침보다 목이 덜 아픈 것 같기도 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각조각모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