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 10일 차
1.
잃어버린 물건들이 모여 사는 세계가 있다면 거기서 기다려줘. 나의 버스카드야.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뒤로부터 칠칠치 못하게 물건을 흘리고 다니는 일은 거의 없어 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가끔 나는 그렇다. 오늘 아침 운동을 하고 털래털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카드를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애초에 지갑에 잘있던 버스카드 한 장만 쏙 빼서 밖으로 나간 것부터가 문제이고, 아니 그 뒤에 버스카드를 찍고 나서 주머니나 가방 속에 쏙 넣지 못한 것도 문제다. 하나하나 컷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어 살펴보니 버스카드를 잃어버리게 된 경위가 명확하다. 딱 한 발짝 떨어져서 봤을 뿐인데 삶이 이렇게나 선명해진다. 왜 이런 것들은 조금만 앞서 미리 보이지 않는 걸까. 나는 또 귀찮게 카드를 재발급하고 재발급 전까지 기후동행 카드 선불카드를 충전하고 이런 고생을 해야 한다. 너무너무 귀찮다. 귀찮음과 귀찮음이 모여 삶이 되는 건가.
2.
어제저녁에 밥을 많이 먹고 바로 잠든 탓에 다음날 아침까지 속이 더부룩했다. 긴 휴가에 다녀온 팀장님을 만나니 또 해야 할 말이 생각나서 함께 밥을 먹는 동시에 체하는 기분이었다. 행운을 빌어달라고 뻔뻔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 어떤 말도 안 나왔다. 나도 내 인생이 불안하고 걱정되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하나 확실한 것인 그냥 행복하고 싶다. 행복하고 싶어서 눈물이 찔끔 난다. 그래서 더욱 모든 것들이 아무렇지 않아 진다. 아무렇지 않은 마음이 오히려 슬프다. 격하게 서글프고 날뛰며 분노하고, 더 깊이 우울하고 사정없이 기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