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 12
샤프심이 자꾸 부러졌다.
한 글자 쓰면 부러지고, 또 쓰면 부러지고. 그래서 숙제를 하다가 짜증을 내면 백방으로 "그러게 연필을 쓰랬지, 왜 벌써부터 샤프를 쓰고 그러니?" 하고 한소리 듣는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그걸 그대로 쓰는 것이었다. 사방으로 부러져 일기장 위에 놓인 부러진 샤프심 조각들을 그대로 투명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서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 샤프심 조각들로 일기를 썼다.
일기 제목은 <부러진 샤프심>.
'아아아.. 엄마가 이래서 샤프를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샤프가 좋다. 오늘 샤프심이 다 부러져서 일기 쓰기가 짜증 난다.'
실수를 아예 안 하는 사람보다 실수를 하고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사람이나, 실수인데 실수가 아니게 만드는 사람이 더 프로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주로 실수를 하는 쪽이라서 그런가 후자가 더 와닿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