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씀의 흔적

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 18

by 가영

하루가 다르게 부쩍 커가는 것들. 물을 주고, 자주 들여다보고, 햇빛 가까이에 두기만 했는데 쑥쑥 자라난다. 곧 있으면 뿌리가 화분을 뚫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때는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줘야겠다.


퇴사한 직장동료가 집들이 선물로 준 싱고니움

싱고니움, 그러니까 고무나무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라고 했다. 꽃말처럼 오래도록 행복하자며 싱긋 웃던 그녀의 표정이 생생하게 남는다. 물만 줘도 쑥쑥 자란다고 하더니 정말 하루가 다르게 높이 자라났다. 창문으로 새어 나온 얕은 빛과 함께 이렇게 기특하게 자라났다.


송이의 소나무 분재

생일 때, 작고 아담한 도자기에 쌓여서 소나무 분재를 선물 받았다. 생일선물 준 친구의 이름은 윤송이 었는데, 자기와 비슷한 이름인 해송 분재를 보면서 자신을 떠올리며 키워달라고 했다. 처음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소나무의 자태에 왠지 초라한 내 자취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기가 죽었다. 송이를 떠올리며 열심히 키웠지만 하루가 다르게 잎이 누렇게 뜨고 죽어가는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식물을 키워야 하나 분재를 볼 때마다 고민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얼마 있다 송이에게 안 좋은 소식까지 들었다. 내 탓인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내 탓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내 탓이 분명 있는 것만 같았다. 이 분재를 꼭 살려내고 싶었다.

그리하여 주위 식물학자 선생님께 물으며 초보 식집사로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분재가 사실 물을 굉장히 많이 먹는다는 것이었다. 한번 물을 줄 때 축축하게 가득 줘야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늘 물을 주다가 말았고 그래서 이 분재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더 자주 들여다보고 물을 주고 관심을 쓰니 하루가 다르게 분재가 커갔다. 이 작은 도자기 화분에 다른 줄기까지 뻗어 나와 이젠 가지치기를 고민해야 할 수준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자라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물만 먹고도 쑥쑥 자라나는 녀석들을 부러워했는데 나름의 노력과 애씀의 흔적이 있었다. 나는 나에게 어떤 애씀을 줘야 할까, 내게 필요한 것은 어떤 양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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