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 미리 그리기

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 24

by 가영

내일 있을 최악의 상황을 그려보자.


내일 비가 온다. 그래서 수영장 가는 길이 힘들다. 비가 온다면 짐이 더 많아서 이동하는 내내 짜증이 난다. 우산에 있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 우산을 차고 지나간다. 점심시간에 먹은 메뉴가 맛이 없다. 점심시간에 함께 나눴던 대화까지 별 볼일 없고 그래서 화가 난다. 팀장이 이상한 거 시키면서 속을 벅벅 긁는다. 길 가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진다. 잠에 못 들어서 내일 수영 강습을 또 짼다. 수영장에 애써서 갔는데 막 생리가 터진다.


애써 최악을 생각했는데 딱히 최악은 아니다.

여름밤의 잔잔한 풀벌레 소리와 밤공기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덕분일까. 하루 온종일 짜증이 나는데 막상 밤이 되면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조금 더 느긋하고 느리게 숨을 쉬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스으으읍 하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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