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사람들 추억의 음식

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 25

by 가영

추억의 음식


내 고향은 울산. 그래서 학교 앞 분식집에는 늘 쫀드기를 팔았다. 쫀드기를 기름에 튀겨 라면수프를 묻혀낸 불량 간식이다. 피아노 학원 가기 전, 분식집에 들러서 300원넌치, 또 어떤 날엔 500원넌치를 사 먹었다. 가끔 1, 000원어치를 사 먹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렇게 강하게 묵직한 봉지를 쥐고 있는 애들은 보통 용돈을 많이 받는 애들이었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가끔 딱졸이라고 해서 딱딱하게 많이 튀겨낸 쫀드기도 팔았다. 먹으면 탄맛도 살짝 나고 이 부러지게 딱딱한 식감이었는데 그게 은근 별미였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어떤 날은 딱졸이를, 어떤 날은 쫀드기를 사 먹었던 추억이 있다.


지금 쫀드기를 생각하면 몇 번씩 재사용한 더러운 기름으로 튀겨낸 영양가라고는 하나도 없는 초등학생들의 튀김 간식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엔 이게 너무 맛있으니까 엄마한테도 당연히 맛있을 줄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엄마한테 소개하고 먹어보라고 권하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그게 뭐가 맛있노, 니 많이 먹어라"하다가 하나 맛을 보고는 이거 생각보다 맛있잖아? 하며 같이 킥킥거렸다. 엄마랑 함께 있는 시간이 뭐든 좋았지만,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눌 때, 엄마의 공감과 동의를 받을 때 어린 시절 내 안에 더 큰 행복이 차올랐다.


20살이 되고 대학교 가서야 쫀드기가 울산에만 있는 간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쫀드기를 먹게 된 것은 20대 중반 때 경주 황리단길에 가서 사 먹은 황남 쫀드기였다. 1,000원만 주면 하루 종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양의 쫀드기를 받았었는데, 그때 경주에서 먹은 쫀드기의 가격은 5,000원이 넘었고 어린 시절 봉지에 담아주던 양에 절반도 차지 않았다. 그러니까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서 '이거 이런 감성으로 먹는 거 아닌데, 너 그거 알아? 쫀드기는 이런 추억이 있어, 넌 모르지?' 하며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남자친구에게 쫀드기의 역사를 설명했다. 널뛰어버린 물가를 체감하며 지나온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곱씹었던 추억의 맛은..... 여전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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