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록하기, 그게 무엇이든 - 29
어른이 되면 꼭 하겠다고 다짐했던 것
카레는 양파 하나만 있어도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오늘은 정말 폭력적인 카레를 만들고 싶었다. 이름하여 어른의 카레.. B마트 앱을 켜서 양파, 돼지고기 뒷다리 500g, 카레가루를 주문했다. 곧 재료가 배달되었고, 돼지고기 500g을 모두 넣고 카레를 만들었다. 간을 하면서 고기를 볶다가, 양파를 넣고, 숨이 죽으면 물과 카레가루를 풀어서 익힌다. 카레는 빵이랑 같이 먹어도 좋고, 갓 지은 흰쌀밥 위에 카레를 올려서 크게 떠먹어도 좋다. 카레에 고기가 대부분이라 고기 요리를 먹는 기분이다. 밥 없이 고기만 퍼먹어도 될 것 같은 기분. 6,000원짜리 고기 한 봉지 샀을 뿐인데 메뉴가 카레인 덕분에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것이 바로 어른의 맛이다.
그 시절에 유행하던 것들이 있다. 내가 중학생 때는 노스페이스 패딩, 아디다스 운동복, 하이탑 운동화 등이 유행했다. 나는 갓 지은 유행 행렬에 늘 벗어난 아이였다. 잘 노는 그룹에 속하는 아이도 아니었기에, 노스페이스보다는 폴햄에서 겨울 패딩을 샀고, 아디다스 보다는 까르푸에서 운동복을 사 입었고, 하이탑 운동화보다는 필라 운동화를 신곤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엄마가 나를 위해 골라주는 것들이 마음에 들었고, 나랑도 잘 어울렸다. 요즘 애들의 유행이라며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꼴 보기 싫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말 가지고 싶었다. 아디다스 운동복은 정말 가지고 싶었다.. 풀 세트로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달 용돈 2만 원이었던 중학생에게 아디다스 운동복 세트 가격 17만 원은 정말 고가의 의류였다. 내가 만약에 20살이 되어서 알바를 할 수 있게 되면, 내 힘으로 돈을 벌게 되면 무조건 아디다스 운동복부터 사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까마득하게 나이를 더 먹으니 내 취향이 생기고 유행의 흐름도 빠르게 바뀌어갔다. 어깨 라인에 3개 줄이 있는 운동복 저지를 볼 때마다 꼭 가지고 싶었던 진한 열망의 감정이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그 열망은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하는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금방 잊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