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한 달이 지났다

퇴사하고 내 마음대로 살아보기

by 가영


9/16~10/16까지 퇴사 1달이 지났다. 한때는 불안했고, 한때는 너무 좋아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이것은 갭이어라며 그저 즐겁게 놀다 보니 1달이 지나버렸다. 아직 1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모르는 척하기엔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끝내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채 아무런 조직으로 들어가 버리게 될까 두렵다. 마냥 쉬려고 퇴사한 것은 아니니까, 내가 만들어낸 갭이어 속에 크고 작은 점프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


우선은 퇴사 후 한 달,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퇴사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다정한 감사일기방 운영 (온라인) (9/14~10/14)

퇴사 여행 나트랑 (9/17~9/21)

울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낸 시간 (9/22~9/26)

양재 살롱 기획자 과정 해커톤 (9/27~9/28)

위시 스레드 운영 및 자료조사 파트타이머 (10/1~진행 중)

울산에서 보내는 추석 연휴 (10/2~10/9)

커뮤니티 플랫폼 모임 진행 (글쓰기 클럽, 망원동 나들이) (10/11~10/12)

친구들과 만남 (초록, 마야, 코난, 소니, 그린, 썸머, 리라) (10/13~17)

퍼블리셔스 테이블 셀러 참여 (10/17~19)



무엇을 배웠어?


[의외의 많은 영감을 준 나트랑 여행]


퇴사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푹 쉬고자 휴양지로 여행지를 정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많은 영감과 인사이트를 얻었다. 호텔 조식, 수영장, 스노쿨링 모든 경험이 처음이어서 온전하게 휴식이 충전되었던 점도 좋았다. 나트랑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나 음악을 하나도 다운로드하지 않아서 앨범을 돌아보고 일기를 쓰며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 작업물 등에 대한 고민도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트랑에서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현지인이 정말 많았고, 이것이 이들의 살아가는 밥벌이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나의 무기는 무엇일까? 아직도 너무 모호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뾰족한 무기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서 블로거들의 정보를 정말 많이 접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에 도전해 볼까? 잠깐 고민했다가 여기에도 역시 나의 차별화가 부족해서 아직은 절대 불가능할 것 같다는 결론까지 내렸다. 일단 나의 키워드를 찾는 것이 먼저이다.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번 기회에 2주 정도 길게 울산에 지내며 느꼈던 것은 울산은 정말 살기 좋은 동시에 버거운 도시라는 것이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며 살았던 3년 내도록 빡빡한 일상에 지쳐서 매일 출근길마다 고향에서 사는 삶을 그렸었는데 막상 울산에서 지내보니 아무것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고향 집이 시내에 있었다면 달랐을지 모르겠지만,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니고, 부모님의 루틴이 있는 집에서 내 루틴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이제 울산보다 서울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울산에서는 만날 친구도 없을뿐더러, 그 친구들이 나와 관심사가 모두 달라 내가 원하는 부분을 채워주기 어렵다. 4년 넘게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남자친구와 만남이 잦아졌다는 것,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아침을 시작하는 것은 무엇보다 비교할 수 없게 좋았지만, 아직 나를 채우려면 서울에 더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난 사실 조직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 회사를 다닐 때도 느꼈지만 나는 조직과 의외로 잘 맞는 사람 같았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고 그 속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것도 재밌었다. 심지어 회사 다닐 때는 <새벽 운동 - 근무 - 이동할 때, 점심 식사 때 블로그 작성 - 퇴근 후 저녁 운동> 과 같은 루틴으로 살았는데 내 수명을 깎아내리며 사는 기분이었지만 막상 삶의 여유가 생기니 그 빡빡한 루틴이 그리워졌다. 아직 회사 밖에서 프리 워커를 꿈꾸기엔 나는 내공이 부족한 것 같다. 아직은 조금 더 좋은 조직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나의 커뮤니티 만들기]


작년부터 플랫폼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랑 병행하느라 본의 아닌 투잡을 했고 솔직히 매우 힘들고 정신없었지만... 사람들 속에서 얻는 에너지가 컸다. 심지어 플랫폼에서 진행했던 모임이 내 예상보다 인기를 끌어서 아직도 모임이 오픈되고 있다. 이렇게 시즌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확장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산에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면 울산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것 아니냐며.... 그렇게 퇴사 전, 커뮤니티 기획자 과정도 함께 수업을 들었다. 창업은 생각보다 더 크고 힘든 일이며, 창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지금의 내 모습대로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재밌게 하기엔 어려운 것 같다. 내 모든 것을 쏟아내야 가능한 부분. 아직까지 커뮤니티를 만들기엔 내 색깔도 흐릿하다. 일단은 콘텐츠를 먼저 쌓으며 실험을 지속하는 게 좋겠다.


처음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진행했다. 1달 동안 오픈 카톡 방에서 감사일기를 쓰는 챌린지였다.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에 내가 생각했던 흐름대로 성공적으로 모임이 끝났고 곧 오프라인으로도 만날 예정이다. 내가 먼저 진심을 담으면 사람들도 함께 따라와 준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다면 순수한 giver가 되는 것 말고, 이 일을 내 본업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내가 줄 수 있는 게 더 많아야 할 것 같다. 더 매력적인 콘텐츠를 쌓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플랫폼 밖에서 크고 작은 실험도 지속해야 한다.



[애쓰는 마음: 퍼블리셔스 테이블 참가]


하늘과 팀을 이루어 북 페어에 참가했다. 각자의 제품과 굿즈, 그리고 공통의 판매 제품을 만들어서 현장 판매하는 여정이었다. 3월부터 지원서 제출, 제품 기획, 샘플 발주까지 실행했다. 독자를 눈앞에서 만나는 것을 무엇보다 비교할 수 없이 벅차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내 책 컨셉에 대한 아쉬움과 공통의 제품 판매가 부진했던 것도 아쉽다.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올해 나에게 가장 의미가 큰 시간이었으니 다른 포스팅에서 따로 회고를 해보고자 한다.



어떤 감정을 느꼈어?


[사람과 연결이 감사하다]

퇴사하고 나서도 저녁마다 계속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전 직장 동료들, 인턴 할 때 만난 친구들, 전 직장에서 우리 팀이었던 인턴 친구들, 모임 친구들 등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서울에서 내 삶이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1달 지났을 뿐이지만 많이 휴식했고 하루가 내 것들로 채워져 삶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편한 휴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회사 다닐 때보다 더 게을러진 모습이 아쉽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부차적인 것들에 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인사이트 정리가 안되니 조급해진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운동, 공부, 루틴이 채워진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선 내가 가득 채워져야 흘러넘친 물로 남을 구할 수 있다. 내 삶을 가꾸는 루틴 말고도, 실행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정리되지 않고 흩어져 있다.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 sns와 네이버 스토어 커뮤니티 기획, 신간 아이디어 등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매일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이것들을 붙잡아서 실행해야 하는데 하나로 묶어낼 매개체가 없다 보니 계속 길을 헤매고 있는 기분이다. 실행까지 가기에 너무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 빠르게 실행으로 이어갈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다음 달엔 어떻게 보내고 싶어?


다음 달엔 11월이다. 만족할 만한 하루의 루틴을 세우고 싶다. 기상, 독서, 학습, 운동, 식사 루틴이 먼저이다. 그 루틴을 먼저 잡고 글쓰기, 콘텐츠 등으로 뻗어 나가고 싶다. 커리어가 끊어지는 것이 불안한지 자꾸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본다. 퇴사하고 1년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도전하고 살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여전히 불안함과 싸움 중이다. 기회를 잡는 것은 좋지만, 불안하다고 아무 곳이나 가지는 않겠다. 나에게 떳떳한 내 모습을 만든 다음, 정말 경험하고 싶은 일을 배우러 조직으로 들어가자.


이번 달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 2,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봤다. 모두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이라서 좋았다. 좋은 인사이트를 쌓고, 그 인사이트를 잘 정리해서 내 것으로 만들자. 다음 달에는 숏츠나 킬링타임용 콘텐츠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독서와 영화를 많이 보고 삶의 양식을 쌓아야겠다.



*회고를 위한 질문은 단단님의 프리워커 주간보고 템플릿을 참고했다. 좋은 기록을 보고 배우며 내 이야기를 정돈된 글로 잘 풀어내고 싶다.

https://www.instagram.com/orotte_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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