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07
엄마말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용어를 수업시간에 배웠고, 언어치료사들은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실제로 치료 현장에서 사용한다고 한다. 엄마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엄마말(motherese)
: 엄마(부모)가 아기에게 쓰는 말투
: 언어습득에 중요한 기능
- 짧은 발화 길이
- 단순한 통사
- 내용어 위주
- 반복
- 느린 말 속도
- 과장된 억양 _ 얼굴표정과 몸짓
- 아기의 행동을 의미 있는 것으로 취급
- 반복적으로 일화 형성
- 여기(지금)에 한정된 주제
어린 시절부터 나는 아기들을 엄청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이 아주 좋았다. 두세 살 어린 아기들이 시골인 우리 집에 왔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나는 어린 사촌 동생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기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기들을 볼 수 있는 그 시간이 너무도 좋았고, 아기들의 웃음소리가 언제나 날 행복하게 했다. 하지만 동생들이 어느 정도 커서 학생이 되면 난 그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짐짓 내가 더 어른인 듯 대해야 하는 건지, 그 꼬맹이들을 아직도 아기로 대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_ 아기들이 나이가 들면 나는 자연스레 동생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런데 아기들을 따라다닐 때의 나를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수업 시간에 배운 '엄마말' 행동을 했다. 그건 누가 알려줘서라기보다는 그냥 본능이었다. 나는 최대한 짧고, 밝게, 높은 톤의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표정을 과장하여 아기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 아기들은 그 어여쁘고 해맑은 웃음을 금방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런 행동으로 다가가면 아기들과는 금방 즐거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내가 어릴 적부터 본능적으로 써온 이것을 수업 시간에 배워서 신기했고, 또 언어치료사들이 잘 배워 현장에서 써먹는다는 것도 신기했다. 내가 알기로 대부분의 부모는 아기를 대할 때 위의 엄마말 특징으로 아이에게 말을 건다. 그래서 나는 이런 행동 특징은 양육자의 입장에서 매우 본능적인 것이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언어로 정렬화해서 배우다 보니 알게 되었다.
첫째, 누군가에겐 본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둘째, 본능이 아니더라도 학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른의 행동은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애정, 즉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위의 모든 행동은 아이가 가장 잘 반응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까 하게 되는 행동들이다. 그래서 단순히 기계적으로 하는 행동보다는 마음을 담아 행동하게 된다면 상호적인 효과는 분명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른의 이런 행동이 어린아이의 발달에, 특히 언어발달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신기하면서도, 나도 더욱 효과적으로 잘 써먹을 수 있는 언어치료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아기에게 엄마 그리고 부모님은 얼마나 대단하고도 전부인 존재인지. 그런 엄마는 아이를 쑥쑥 자라게 한다. 아이는 양육자의 말 한마디에도, 표정 하나, 행동 하나하나에도 자신의 세상을 부단히 키워 나간다. 그렇게 생각 꼬리를 따라가다 보니, 아이도, 부모님, 또는 어떤 존재도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있을까 싶었다. 우리는 서로서로 관계 속에서 그렇게 누군가를 키워냈고, 그렇게 소중하게 자라왔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본능적으로 알아온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배워야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마음의 출발선이 같다면, 그건 굳이 비교할 영역은 아닐 것 같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애정을 내놓는 방식에도 더 효과적이고 따뜻한 방식이 있다는 걸 아는 것, 그것이 아닐까.
아이의 발달에는 엄마가 필요하고, 엄마의 태도에는 온기가 필요하다. 온기에는 사랑의 마음이 깃들어있지만, 사랑을 내놓기 위해서는 때로 훈련이 필요한 법이다.
나도 역시 미래에 어떤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 이 배움과 훈련에 열심을 기울여 봐야겠다. 나에게 온 아이가 허튼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엄마말이 문득 생기를 띠고, 나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 날이다.
언어라는 작은 씨앗이 마음을 키운다는 걸 배워가고 있어요. 혹시 여러분도 느껴본 언어의 힘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