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나만의 속도를 찾다
어디에서 보게 되었는지 또는 듣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왜인지 나도 모르게 절로 외워져 입술로 외고 또 외게 되는 것들. 나에게는 도종환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가 그랬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느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종종 이 시가 생각나고 또 생각난 건 아마도 가슴을 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그 어여쁜 꽃들도 그러는걸. 내 인생이라고 뭐 다르겠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 그리고 그게 그렇게도 퍽 위로가 되어서. 생각해 보면 꽤 외로운 삶이었다. 그건 누군가와 함께 있든 아니든 마찬가지였다. 열일곱엔 혼자 하는 사색을 좋아해서, 스물하나엔 일찍이 집을 떠나야 해서, 그리고 서른하나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길이 다름을 알아서.
나를 오래 알아 온 한 친구는 나를 이렇게 표현했다. 늘 해맑은 친구. 난 웃음에 인색한 적이 없었고, 웃음이 따르는 모든 시간을 좋아했다. 그렇게 난 늘 웃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혼자 있는 것보다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일찍부터 집을 떠나 시작한 타지 생활은 내면의 깊은 외로움을 마주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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