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보다 금방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아마도 개인의 의도와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 의도적인 노력이 결국에는 결과의 질을 달리할 테니까.
오래전 읽었던 미국의 작가 제임스 레드필드의 책 《천상의 예언》 중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고대 예언서의 비밀을 찾기 위해 페루로 모험을 떠난 주인공은 그 과정 중 만난 산체스 신부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잠깐만요. 사랑이란 마음속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것이지 제가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당신은 사랑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됩니다. 사랑이 당신에게 들어오도록 허락하면 되죠. 하지만 그러려면 그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떠올리면서 그걸 다시 느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는 나무를 쳐다보면서 산 정상에서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서서히 나무의 형상과 존재에 대해 감탄하는 마음이 솟아났다. 나무의 가치를 느끼면서 차츰 사랑의 감정이 느껴졌다.
마음이 불행한 이유 중 하나는 마음이 ‘지금’으로부터 아주 멀리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현재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마음이 온통 불행했던 한때의 나를 떠올리면, 나는 늘 ‘그 어딘가’를 향해 머물러 있었다. 그것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든, 후회라는 이름으로 불렸든 상관없이 말이다.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내 어린 시절엔 늘 ‘기독교’가 있었다. 사실 삼 남매 중 유일하게 나만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갔기에 꼭 어머니의 영향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의 마음속엔 늘 하나님이 계셨다. 그리고 교회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듯 하나님은 아버지의 모습, 근엄한 모습, 수염을 가득 기른 모습으로 계셨다.
하지만 살기 위해 내 마음속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야 했던 불행한 날들 가운데서 내가 깨달은 건, 나는 ‘내 안의 하나님’이 아니라 ‘내 밖 어딘가의 하나님’을 늘 찾고 당연하게 여겨왔다는 사실이다.
내 마음 치유 여정은 영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중심에는 기독교가 오랫동안 주입해 온 하나님이 계셨고, 나는 그 하나님에게 늘 무언가를 달라고 기도해 왔다. 그러나 마음 돌봄이 거듭될수록, 그리고 내가 계속 불행할수록 나는 어떤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 신은 결코 권위만을 내세우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결국엔 ‘나의 지금’이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이것을 깨닫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 배회하고 사유하며 여정을 거듭해 왔다.
어느 날 나는 이런 글을 적었다.
“언젠가는, 어딘가에선 나를 반짝이게 할 뭔가가 올 거라 굳게 믿었지. 난 언젠가 반짝일 그 순간을 위해 일상의 행복을 아껴 두었던 거야. 하지만 이제 와 깨달아. 희망은 때로 사람을 가장 고립된 곳으로 몬다는 걸. 기다림의 시간으로만 삶을 채우게 한 희망.”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모든 순간이 그럴 순 없는 거잖아. 그럴 바엔 차라리 희망 없이 사는 건 어떨까. 언제나 지금 춤추는 바다의 물미역처럼 자락자락 흔들리며 기대 없이 사는 그 자유로운 몸짓처럼. 물미역이 바다를 믿는 것처럼 나를 둘러싼 삶을 믿으며. 그러면 나는 지금부터 희망 없이도,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내 마음이 원하는 건 단지 자유 한 조각, 그리고 전반적인 사랑의 느낌이었다. 나는 그것을 원했고, 잠시 그것을 잊어버렸기에 아팠던 것이다.
끊임없이 지금으로 중심 잡기. 그 하나를 깨닫기 위해서 나를 돌보고, 산책을 하고, 일상을 살아내며 결국 깨달았다.
아, 그건 멀리 있는 게 아니었구나. 내가 지금에 의식을 두고 집중한다면, 내 일상의 가치를 마음으로부터 충분히 느껴준다면, 사랑이 나에게 들어오도록 허락해 준다면, 단지 그것을 한다면 내 마음이 비로소 자연스레 치유될 수밖에 없는 것이구나.
만약 마음이 아픈 너라면, 혹시 네가 지금 아주 멀리에서 사랑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건 절대로 멀리 있지 않으니까. 단지 허락해 주는 그대로, 네 곁의 그 무엇으로부터도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니까. 너의 마음이 허용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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