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파원 입국기 1]
"번호 부르면 나오세요”… 3시간 검사 후 빠져나온 공항
“좌석 번호를 부르면 그때 나오세요.”
덜컹거리며 비행기가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위해 어수선하게 준비하던 승객들은 기내 방송 후 조용히 자리에 앉아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20여분 쯤 지나자 흰 방호복을 입은 이들이 기내에 들어왔다. 마치 외계 생물을 검사하려 들어온 우주인과 같은 복장이다. 이들은 기내를 돌아다니며 탑승객들에게 녹색 종이를 나눠준 뒤, 이름과 본인의 좌석번호를 기입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도착후 높아지는 긴장감
25일 오전 10시30분(현지 시간)쯤 중국 톈진 빈하이 국제공항에 타고 온 대한항공이 착륙해 계류장으로 이동했다. 30분이 흐른 뒤 1열부터 33열까지 나오라는 지시가 떨어진 후 10여분 간격을 두고 좌석을 구분해 호출했다. 코로나19로 험난했던 중국 입국 준비 과정이 떠오르며, 드디어 중국에 도착했다는 생각에 잠깐 들떴다. 하지만, 중국 입국을 위한 본격적인 코로나19 검사와 격리가 시작되기에 혹시나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며 긴장감이 더 높아졌다.
◆위챗은 중국에서 필수
비행기에서 내린 후 방호복을 입은 검역 요원들이 중국에서 필수 앱인 위챗(웨이신) 실행을 요구했다. 익숙지 않은 앱을 활용해 새로운 뭔가를 한다는 것 때문에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어 특성상 이곳저곳에서 싸우는 것처럼 고성이 터져나와 정신이 없어진다.
위챗 실행 후 중국 현지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건강 신고서(Health Declaration)’ 작성을 요구해, 그 방법을 문의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한국에서 항공권 체크인을 하면 ‘건강 신고서’를 미리 입력하라는 문자메시지가 오는데, 그 내용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항공사 승무원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보낸 문자라고 밝혔다.)
입국 첫 관문부터 위챗과 QR코드에 강제로 익숙해져야만 했다. 위챗 실행후 메뉴 ‘검색’ 항목의 스캔(QR코드 인식 등) 또는 미니프로그램(위챗내 프로그램 실행)을 활용해 각종 검사 및 방역 활동을 진행한다. 국내에서 카카오톡은 상업적 프로그램 활용도가 높은 편이지만, 위챗은 당국의 공식적인 활동에도 많이 사용되는 셈이다.(위챗에 대해선 추후에 다시 한 번 다루겠다.)
중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챗을 활용한 ‘건강 신고서’ 작성을 위해 QR코드로 영어 버전을 스캔했다. 비행편과 좌석, 현지 연락처, 주소, 과거 2주간 코로나19 관련 증상 등 20여 가지 항목에 대한 질문에 답을 기입한 뒤 신고서 작성을 완료했다.(초등생 등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도 일행 휴대전화를 이용해 입력이 가능하다.) 작성을 완료한 뒤 저장하면 그 내용이 자동으로 QR코드로 전환돼 화면에 보인다. 이후 검사에서 검역요원들이 이 QR코드를 활용한다.
◆PCR검사와 채혈검사
우여곡절 끝에 ‘건강 신고서’를 작성한 뒤 본격적인 검사와 서류절차가 진행된다.
1차로 체온 검사를 진행한 뒤 비행기에서 나눠준 녹색 종이(이름과 좌석 번호 기입)에 쓰고, 다시 또 측정기로 보행하며 열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문진표 작성 과정이다. 검역 요원들이 앞서 작성한 ‘건강 신고서’ QR코드를 활용해 정보를 입력하고, 과거 2주간 코로나19와 관련해 확진자 접촉 여부, 고열 발생 여부 등을 다시 한 번 묻는다. 이상이 없으면 코로나19 관련 본인의 검역 정보가 담긴 여러장의 서류를 출력해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체온이 적힌 녹색 종이와 서명한 서류는 한 묶음으로 공항을 나가기 전까지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수시로 제출해야한다.
서류 작업이 끝난 후 PCR 검사가 기다린다. 한국에서 중국 입국을 위해 PCR 검사를 받아봤지만, 좀 불편하다. 입 안 천장과 코 안 깊숙이 봉을 널어 시료를 채취하기 때문에 받아본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비유를 하자면 물을 마시다 본인도 모르게 코로 물이 넘어갔을 때 불편함의 10배)이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도 그 불편함이 더 크다. 시료 채취를 위해 입 안과 코 안에 넣는 봉을 더 강하게 반복적으로 흔들어서 불편함이 훨씬 크다. 그렇다고 피할 순 없고 참아야만 한다.
시료 채취 후엔 피검사를 한다.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찌른 뒤 약간의 피를 채취한다. 모든 검사는 이걸로 끝이다.
◆공항에서 나가는데 3시간 가량 소요
비행기에서 200∼300명의 승객들이 한 번에 내리기에 대기하면서 시간이 걸린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에서 나가 격리 시설로 갈 수 있다는 판정을 받은 데까지 2시간30분 정도가 훌쩍 지나 있었다. 가족들과 입국해 아이들도 함께 챙겨야했기에 거의 마지막에 검사를 받은 후 공항을 나가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25일 톈진 공항의 문 닫힌 VIP라운지.
대기 장소에 도착한 순(대기장소에 들어가기 전 번호를 적는다)으로 5분 정도 간격으로 20명씩 호출해 공항을 빠져나가기 위한 버스에 탑승한다. 230번대였던 일행이 대기 장소에 도착했을 때 160번대를 호출했다. 순서가 돼 버스에 탑승하니 여기서도 승객과 검역요원은 분리됐다. 승객은 무조건 버스 뒤편에 앉았고, 검역요원은 앞 부분에 몰려 앉았다. 버스로 잠시 이동해 수하물들이 나와있는 곳으로 이동한 뒤 본인 수하물을 직접 버스에 실은 후 격리 시설로 이동이 시작됐다. 그 시간이 오후 1시30분쯤이다. 착륙후 공항에서 빠져나가는데 3시간 가량 걸린 것이다.
위챗을 활용해 다양한 검역 내용을 입력해, 기내에서 수기 작성을 위해 나눠준 ‘건강 신고서’는 사실상 필요가 없었다.
중국 검역 요원이 나눠준 검역 관련 서류. 탑승객 이름과 좌석을 적는다.
◆중국 당국 발표대로 이행해야 탑승 원활
특히 국내에서 중국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비용을 들여 받은 ‘코로나19 PCR 검사 음성 결과서’는 국내에서 비행기 탑승시 주로 활용된다.(다만 중국내 공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톈진 공항만 국내에서 발급받은 영문 음성 결과서를 확인 안 한 것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이니 꼭 지정된 병원에서 받아 ‘음성 결과서’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공지된 지정 병원이 아닌 곳에서 검사를 받았을 경우 비행기표를 구하더라도 탑승이 거부된다.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할 때 지정 병원이 아닌 곳에서 검사를 받은 후 음성 결과서를 받아온 일부 승객은 카운터에서 거부돼 탑승하지 못했다. 카운터에선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만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입국 과정과 기준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공식 발표 외에 본인 마음대로 판단해서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톈진=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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