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의 가격

별별 사람들 50화

by 매콤한 사탕

설에 읽을만한 책을 빌릴 겸 Y가 일하는 도서관에 갔다.

Y는 자료실 출입문 앞에 A4용지를 떼고 있었다.

A4용지에는 커다랗게 < 은인(恩人)을 찾습니다 >라고 쓰여있었다.

은인 옆에 가로 열고 한자로 恩人을 적어 옛날 신문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은인? 그게 뭐야?"

"2025년 11월경, 본인의 문서작업을 도와준 옆자리에 있던 30대로 보이는 여자를 찾는다잖아."

"도서관에서 이런 것도 붙여주는구나..."

"아니, 본인 마음대로 막 붙이는 거야. 작년 11월엔 왜 고맙다고 안 한 걸까? 3개월 이상 지나서 도대체 왜 찾으려는 거지? 설마 다시 문서작업 도와달라고? 아무래도 본인을 도와준 은인을 찾는 사람치고 너무 무례한 것 같지 않아? 30대로 보인다는 이 여자분 혹시나 20대면 어쩌지?"



Y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도서관 업무 중이었다.

그 사람은 남자였고 나이가 많았다.

그런데도 Y를 부를 때마다 꼭 "언니"라고 불렀다.


"여봐! 언니! 이 책 여기 있어?"

"언니! 나 바쁜 사람이니까 빨리빨리 찾아!"

"언니! 왜 이건 없어? 다른 사람이 빌려가면 못 빌려? 에잇, 여기 못 쓰겠네. 책을 넉넉하게 사놔야지...."

"아, 알았어! 됐고, 언니! 이거나 빨리 챙겨 줘! 빨리빨리"

Y는 프로답게 끝까지 웃는 얼굴로 그 사람을 도왔다.


그런데,

그 사람,

거기까지만 했어야 했다.


"이 언니, 참~ 친절하네. 잘했으니까 내가 팁 줄게"


그 사람은 바지 주머니에서 반으로 접은 수십 장의 50000원권 지폐 중 하나를 꺼내 Y에게 던지며 말했다.


"엣다, 고마워. 언니! 이렇게 팁 많이 주는 사람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다."

"돈 가져가세요."


Y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Y의 눈은 서늘하게 굳어있었다.


"괜찮아. 그냥 받아."

그 사람은 자신이 던진 돈을 집어서 건네려는 듯 Y의 손을 덥석 잡으려 했다.

Y는 뒤로 한발 물러서며 단호히 말했다.


"안 받아요. 가져가세요."

"언니! 어른이 주면 감사하다 하고 받아야지. 쓰읍, 버릇없이 굴면 안 돼. 어서 받아 왜 모자라서 그래? 더 줘?"

"됐어요."

"윗사람한테 혼날까 봐 그러는구나? 여 오라 해. 내가 친절한 사원한테 상 주겠다는 게 감히 누가 뭐라 그래!!!"


Y는 한숨을 푹 내쉬고 배가 팽팽해질때까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전에도 말했지만 Y는 범상치 않은 사서였다.

막무가내인 사람을 상대하려면 별 수 없다.

프로지만 옹골진 성격의 Y가 온 도서관이 울리도록 크게 소리쳤다.


"선생님! 도서관에서 이러시면 안 돼요! 돈 같은 거 안 받는다구요! 안 가져가시면 저 여기서 짤려요! 다신 못 도와드린다고요!"


도서관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그 사람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50000원을 챙겨 들고 황급히 도서관을 떠났다.



Y는 < 은인(恩人)을 찾습니다 >라고 적힌 A4용지를 작게 꾹꾹 눌러 접으며 덧붙였다.


도서관에 전화가 왔었다고.

그 은인은 자신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공개 장소에 자신을 특정한 게 너무 부담스럽고 혹시나 그분을 만날까 봐 도서관에 오는 것이 무섭다고...

"고마움을 전하기 전에 선의를 베푼 사람을 배려할 순 없는 걸까?"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고마움이라... 별로네."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을 좋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아무리 값진 보은이라도 자기만의 일방적인 방식을 고집한다면 불쾌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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