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사람들 34화
사춘기 자녀는 공부를 안 해도 공부를 잘해도
부모 속을 문드러지는 모양이다.
E의 둘째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공부를 곧 잘했다.
그래서 E는 남들 다 학원 보낼 때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대학 등록금을 대주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돈을 모으는 게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를 지나며 수입이 30% 이상 줄었다.
그때 대출을 받은 게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었다.
생활비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전기세, 가스비 식료품비 등등
모든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월급만 물가 상승 대비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가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수학, 영어, 가능하다면 과학도 배우고 싶다고.
E는 급한 대로 둘째가 말한 수학학원 먼저 보내기로 했다.
그 수학학원은 한 학년의 300개 넘는 반이 있었고
주기적으로 테스트를 보고 성적이 좋으면 더 높은 레벨로 월반할 수 있는 구조였다.
둘째는 6개월 만에 5단계를 뛰어넘었다.
E는 뛸 듯이 기뻤다.
해준 것도 별로 없는데 부족한 자신에게 이렇게 멋진 아이가 오다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E는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선생님으로부터
왜 특목고에 지원하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일 년에 학비만 몇천 하는 데를 어떻게 보내니? 당장 먹고사는 것도 힘든데!"
소리치는 E는 화가 난 것 같기도 했고, 슬픈 것 같기도 했다.
부모는 가진 것을 다 줘놓고
더 줄 수 없는 마음에 부끄러워했다.
E의 목소리가 점점 더 사그라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못 해줄 게 뭐야..."
마지막 말을 속삭이듯 작게 내뱉고 E는 급하게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