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별별사람들 33화

by 매콤한 사탕

긴 추석 연휴에 책이나 볼까 싶어 Y가 일하는 도서관에 갔다.


"요즘 뭐 재미있는 책 있어?"


Y가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라는 오컬트 소설이 인기라고 했다.


"제대로 오싹하고 싶으면 강추!"

"빌려가야겠다."

"없어, 예약해야 돼."

"아니, 빌리지도 못하는 책 얘기는 왜 해?"

"재밌는 거 없냐며?"

"맙소사!"




수상한 할머니의 커다랗고 시뻘건 플라스틱 트레이가 도서관 출입문을 통과했다.


끼익- 끼익- 끌-끌-끌-끌-


오컬트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어디서 저런 소리가 날까?


도서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등장이었다.


"처음엔 엄청 깐깐한 인상이었어"


Y는 할머니의 꼬치꼬치 캐묻는 듯한 까다로운 요구사항에 혼이 쏙 빠졌다고 했다.

그래봤자 책을 대출해 주는 간단한 일이었지만 세상엔 별별사람들이 다 있으니

간단한 일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할머니는 거르지 않고 매주마다 10권씩 책을 빌렸다.

모두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에도가와 란포, 미쓰다 신조, 야쿠마루 가쿠, 스티븐 킹까지...

그러고 보니 또랑또랑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유난히 시력이 좋으신 건가?

어떻게 그 많은 책을 일주일 만에.?


끼익- 끼익- 끌-끌-끌-끌-


요란한 소리가 익숙해질 무렵 Y는 고령에도 책을 놓지 않는 할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할머니의 범상치 않은 매력에 할며든 것이다.


"선생님, 이 소설 진짜 무서운가요?"

"응, 죽여줘."


할머니는 범상치 않은 입담의 소유자였다.

Y는 만족스럽게 씨익 웃었다.


사실 Y는 미스터리 소설광이었다.

범상치 않는 할머니와 범상치 않은 사서

어느새 할머니는 Y와 둘도 없는 책친구가 되었다.


한 해,

두 해,

코로나를 넘어


할머니는 쉬지 않고 도서관에 오셨다.


끼익- 끼익- 끌-끌-끌-끌-




"보고 싶다. 내 책베프"


고령의 할머니는 지난해를 끝으로 도서관에 오지 않으셨다고 한다.


"환절기라 고생하시겠다. 기관지가 약하셨는데...설마,"


눈가가 촉촉해진 Y가 애써 다음 말을 삼키고는 서둘러 덧붙였다.


"이사 가셨나? 어디를 가든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잠깐만 기다려!"


서둘러 서가에 다녀온 Y가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대신

책베프 할머니가 소개해준 책이라며

<그 환자>를 건넸다.


"제대로 오싹한 책이야."


범상치 않은 책취미를 가진 사서가 씨익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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