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사람들 36화
코스피 4000 돌파!
미국증시 또 최고치 경신!
지난 3년간 물린데 또 물리며 상처투성이가 된 주린이들이 활기를 되찾았다.
A는 여기저기 불타오르는 통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지자 횡보를 하고 있다.
B는 정나미가 뚝 떨어지게 반토막 났던 그 주식을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다.
그리고 '야수의 심장'을 가진 C는 다시 레버리지에 손을 댔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주린이 A는 은행이자 정도 벌고 싶은 마음이었다. 누구나 처음엔 그런 식이다. 하지만 더 벌어도 나쁠 건 없으니까...
"사고파는 건 주식하고 똑같아. 그런데 원지수가 1% 오를 때 레버리지 2배 3배는 2% 3% 오르니까
만약 주식이 5% 오른다 하면 3배 레버리지의 경우 15%가 오르는 거야."
"주식 엄청 올랐잖아. 그럼 3배나 번 거야?"
주린이 B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C는 증권앱에 접속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말했다.
"내 경우에는 지금 78% 수익 창출 중이야."
"우와~"
입이 딱 벌어져 다물지를 못하는 A와 B의 눈이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다행히 C는 정직하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오르는 것만 생각하면 절대 안 돼! 떨어질 때도 3배씩 떨어진다고! 반토막 정도가 아니라 더 토해내야 할 수도 있어 이거 엄청 위험한 거야."
"무섭네."
"그래도 수익을 생각하면 혹하는데"
"잃어보면 생각이 바뀔걸?"
C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고 끔찍한 레버리지 투자의 흑역사에 대해 고백했다.
"시장은 언제나 옳다"는 개뿔!
C는 죽을 둥 살 둥 힘들게 번 돈을 하루아침에 날렸다는 생각에 송장처럼 살았다.
다행히 몇 개월 후 원금을 회복하고 급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존버했으면 벌었을 텐데 그땐 꼴도 보기 싫더라고. 다시는 레버리지 안 할 거라고 다짐했었지."
그런데... 또 하고 있네?
"그러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잖아. 하하하!"
C는 겸연쩍은 듯 크게 웃었다.
그때까지 C를 우러러보던 A와 B의 표정에 불신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C는 재빨리 자신을 두둔했다.
"손해는 안 봤으니까. 오를 때까지 버티면 또 회복하더라고"
"그것도 여윳돈이 있을 때 말이지!"
오로지 반토막 났던 그 주식만을 모아 왔던 B가 분통을 터뜨렸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통에 돈 생길 구석은 없고 주식이라도 올라야 여윳돈이 생기는 건데 B는 남들 다 이익 볼 때 이제야 본전 치기였다. 더 짜증 나는 것은 경쟁사 주식은 어려운 시기에도 2배 넘게 올랐다는 사실이다.
'지긋지긋한 거 확 마 다 팔아버려야지! 지금까지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B는 오너리스크 있는 회사 하고는 진짜 빠이빠이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일초도 안 돼서 사그라들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될 성싶은 회사가 몇 개 없으니... 그냥 둬야 하나 만년 주린이가 뭘 알겠어...
"여윳돈 없어도 지금은 GO야!"
주린이 A는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말을 철떡 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 곧 죽어도 GO!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그거 알아? 레버리지 3배 투자에 유독 한국인들이 많대."
"우리나라는 로또도 강국이잖아."
"몽땅 한방이구나!"
"역시 K투자! 살 떨리는 구만"
2025년 가을
바야흐로 우려와 기대를 두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짊어진 주린이들이
'야수의 심장'을 가지고 본격 투자에 뛰어들었다.
<달까지 가자>라는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는 안 봤지만, 나는 그 원작소설을 좋아한다.
별 볼일 없이 초라한 일상이 가슴 아프고
자칫 무모한 투자를 부추길 수 있는 결론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그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부디, 모두가 잘 사는 그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