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널 그리는 시간 26화

by 매콤한 사탕

전화번호를 지웠다.

요즘 누가 전화번호 따위를 기억한다고?

나는 너의 전화번호를 달달 외우고 있었다.


잊자.

하루에도 몇 번씩 영어단어 외우듯

일부러 틀린 번호로 되뇌었다.

반복망각학습.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잊어버리자.


신기하게도

진짜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애써도 너의 전화번호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꿈이 시작되었다.


꿈에서 나는 너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정성스레 번호를 누르고 지우고 또 누른다.

이게 맞나? 이건가?

겨우 11자리를 다 누르고 마음이 쪼그라든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딸깍.

지금 거신 전화는 결번이오니 확인하시고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너의 목소리 대신 친절한 성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포기를 모르고 누르고 지우고 또 누르고

밤새 너의 전화번호를 떠올리다가

슬픈 아침에 눈을 떴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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