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zik Jul 07. 2020

존 노이마이어 & 함부르크 발레 <니진스키>

예술을 기억하는 방식

예술 근처 어디쯤 Day.1



함부르크 발레단  <니진스키>

 


니진스키?


 Danstruct에서 운영하는 <무용한 살롱>에서 새로운 공지가 나를 깨웠다. 니진스키? 누군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발레리노라는 개념을 널리 알린 현대무용의 전설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그에 관한 공연을 본 적은 없다. 좋은 기회에 좋은 공연일 테니. 이번 주 살롱 참석 DM을 보냈다. 그렇지만 공연을 보러 가면서 니진스키 그가 누군지, 어떠한 인물인지 모르고 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인터넷에서 좀 찾아보았다.


발레의 역사에 수많은 스타가 등장했지만 전설의 반열에 오르는 동시에 다양한 예술 장르의 소재로 끊임없이 소환되는 경우는 바슬라프 니진스키뿐이다. 니진스키는 흔히 최고의 발레리노이자 현대 발레의 시대를 연 위대한 안무가로 불린다. 심지어 ‘무용의 신’이란 수식어까지 자연스럽게 따라다닌다. 하지만 니진스키가 프로 무용수로 활동한 기간은 러시아 황실(마린스키) 발레단과 발레 뤼스를 합해 1907~1917년, 즉 10년에 불과하다. 또 안무가로는 1912~1913년 <목신의 오후> <희롱> <봄의 제전>와 1916년 <틸 오이겐 슈피겔> 등 4편을 만들었을 뿐이다.


 후대 예술가들과 대중들은 여전히 니진스키에 매료되어있고 그를 전설로 칭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내가 논할 수는 없다. 하나 이 글에서는 공연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담고자 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천재를 담고자 하는 후대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를 잃어버리거나 잊지 않기 위해 기획했다


<니진스키> 예술감독 존 노이마이어




'왜 니진스키'가 아닌 '어떻게 니진스키를'



 니진스키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라 불러도 될 만큼 흥망성쇠가 명확했다. 정확히는 젊은 나이에 정신이상 증세로 목숨을 거둘 만큼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그의 예술은 불타올랐다. 안무가는 그의 불안정함을 함께하고 싶었다. 작품이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는 이유이다. 또한 무대의 흐름도 굉장히 자유로웠다. 작품 곳곳에 니진스키의 기존 무대 요소들이 차용되었다. ‘목신’의 판이나 ‘봄의 제전’의 일부가 재연되었다. 하지만 재연보다는 니진스키의 여러 무대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을 노이마이어가 배합하여 오마주한 쪽이 맞다.


 니진스키의 내면세계와 그를 둘러싼 외부세계를 작품에 담으면서 안무가의 시각으로 야만의 시대를 겪은 인간의 반응과 감정을 그리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인류에게 엄청난 충격과 재앙을 남긴 1차 대전도 담아내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무대 연출이 기존의 발레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공연 초반 니진스키에게 박수를 치던 배우들은 공연 막판에는 미친 듯이 웃으며 무대를 헤짔는다. 하나의 무대 요소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어지럽혀진다. 그 사이를 니진스키가 애처롭게 자신의 과거를 찾으려 헤집고 다닌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마주하지만 그 모습 또한 기괴하게 변해버린다. 어쩌면 니진스키의 눈에는 미친 건 자신이 아닐 테다. 그를 둘러싼 세상이 미쳐버린 것이다.




역사적인 인물에 관한 작품을 만들 때 우리는 어떤 면에 집중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의 말이나 정보를 믿어야 하는가, 복잡한 퍼즐 같은 인생을 살았던 니진스키의 어떤 면을 봐야 하는가, 이 인물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작품은 어려웠다.



 무대가 끝난 후 사람들의 첫마디는 모두 '어렵다'였다. 나뿐만 아니라 무용을 즐겨보는 관객들에게서도 나왔던 목소리이다. 안무가는 니진스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해하기 쉽고, 즐길 수 있으며,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하였지만 처음에 우리는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연 후 우리는 많은 대화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파헤쳐 나갔다. 왜 이런 표현방식이 쓰였을까? 왜 이러한 인물이 등장했을까? 우리가 안무가의 모든 의도를 알 수는 없을 테다. 그러나 이렇게 파헤쳐 나가면서 예술을 이해하는 과정이 어쩌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우리는 니진스키라는 인물을 만나보았다. 그의 예술이 어떠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의 삶이 어떠했을지는 조금 공감할 수 있었다.











참고자료


7/3 8시 존 노이마이어 & 함부르크 발레 <니진스키> 공개|작성자 lgartscenter


니진스키는 어떻게 발레의 전설이 됐나


"감정이 살아있는 셰익스피어 작품이 내 영감의 원천"






작가의 이전글 AI 창작 시대에서 예술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