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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열 두 발자국, 정재승(2)

단순히 뇌 과학이 아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여섯 가지의 질문

by Wooz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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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정재승 교수와 책의 제목만 보고 단순히 과학 지식에 관한 책으로 어림잡아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는 나의 착각이었다. '열 두 발자국'은 단순히 지식의 축적을 위한 발걸음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삶의 끊임없는 고민에 대해 대답해보는 발자국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점점 고민하였으며, 스스로를 반성하였다. 기술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나라는 존재와 사고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니? 정말로 신기한 경험이지 않는가? 저절로 나의 예전의 글이 떠올랐다.


이전에 강연을 듣고 현재 예술계를 바꿔놓은 인공지능에 관해 쓴 글이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관해 쓴 글이지만 결론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너무나도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그렇다. 인공지능이 처음 우리에게 인식되었을 때 우리는 이를 단순히 컴퓨터에 대한 연구로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점차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는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점을 깨달았다. 정재승 교수는 이를 명확히 알고 있으며 그렇기에 책은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오리혀 인문학에 가까운 책을 집필하셨다.



더 나아진 도구를 통해서 인간의 행위를 이해


컴퓨터 기술, 코딩, 인공지능은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다. 우리는 더 나아진 도구를 통해서 인간의 예술행위를 이해하려 한다. 따라서 우리가 얼마큼 인간의 예술 행위에 대해 이해하는지가 핵심이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였을 때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더 나은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책과 함께 나아가는 '열 두 발자국'은 인간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한 발자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기에 자연스럽게 인간이 활용하는 도구, 빅데이터 & 블록체인 등을 설명할 수 있다.


너무나도 좋은 과학&IT 입문서이다. 이 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여덟 번째 발자국. 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인간은 어쩌면 상황만 던지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나머지 작업들은 이제 컴퓨터가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창작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인간의 역할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 오고 자신의 목적에 맞는 명령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기술이나 과정 대신에 인간은 방식과 목적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이전보다 더욱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미술학원에서는 붓질이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상상을 하도록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무작정 답을 찾는 교육은 큰 의미가 없다. 대신에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이 교실에서 토론을 하고 왜 그 답이 나왔는지에 질문을 해야 한다.



빅데이터 시대가 되어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됐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아직 인공지능이 갈 길이 멀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적은 양의 데이터로 하는 일을 인공지능은 빅데이를 필요로 하니까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부족한 부분을 지금은 빅데이터가 잘 보완해주고 있기 때문에, 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서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느냐의 핵심은 그 분야가 얼마나 많으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가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해서 필요한 곳에 잘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 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이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더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인간의 존재 가치를 높이자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역할은 인공지능에 넘겨주고, 우리는 데이터 자체를 검토하거나 결과를 해석하는 고등한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더 큰 성취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며, 분야 중심이 아닌 문제 중심의 교육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경쟁하는 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법도 가르쳐야 합니다. 인간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학교에서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평가하는 세상이 될 때,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과 공생하면서 더욱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사회로 거듭날 것입니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지성이 가야 할 미래입니다.







아홉 번째 발자국.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아마존 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해 기존 쇼핑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기술 이름도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이다. 매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에 대한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입장부터 계산까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아마존에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그리고 선진국에서만 진행되는 먼 이야기처럼 들리시나요? 우리 주변에서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의 대학원생들이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여 대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의 역영이 매우 뛰어나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진행돼 오는 기술들이다. 이러한 기술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때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영상인식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메이 아이



제4차 산업혁명의 정신, 사물인터넷을 통해 아톰 세계를 고스란히 비트 화해서 비트 세계와 일치시키면 이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 안에 저장해서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아톰 세계에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산업으로 전환을 말합니다.
스마트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비트 세계와 아톰 세계를 일치시켜 제조업과 유통업의 혁신을 이끌고 사용자와 공급자를 바로 이어주는 공유경제를 만들고 초연결 대융합 사회로 나아가려는 비전, 더 나아가 이것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거대한 전 지구적 흐름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미래의 기회는 아마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얼마나 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제조업과 유통업에 접목돼 혁신을 이끌어낼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산업구조 변화의 핵심은 제조업의 변화입니다. 이를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네트워크의 양적 변화를 통해 질적 변화도 가져올 거라고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열 번째 발자국.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블록체인이 과연 혁명을 일으킬까? 블록체인 코인이 투기화되면서 사회적 이슈를 끌었기에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들어보았고 이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혁명을 일으킬 많은 조건을 만족한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중앙집권화를 막아줄 것이다. 개인이 인터넷 상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데이터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 주권을 가지고 있어야 되고 많은 경우에는 암호화된 형태로 데이터를 올려놓아서 개인이 정말 동의할 때에만 플랫폼 회사가 그걸 사용하고 개인에게 이득이 되는 혜택을 돌려주는 인터넷 구조로 바뀌어 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이상적인 기술이다. 기존의 화폐 개념 자체를 바꿔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를 납득시키기 까지 아직 너무나도 많은 걸림돌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시스템은 당연시하게 이뤄진 것은 없다. 민주주의 조차 모두 다 오랜 기간의 조율을 통해 완성되었다. 블록체인의 기술은 하나의 혁명이고 이러한 혁명을 지금부터 이야기해나가고 있다. 혁명의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자. 기회는 이러한 변화의 시장에서 찾아올 것이다.




하나의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에 퍼지고 결국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기성세대가 설득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젊은 세대가 주요 세대로 등장하면서 바뀌는 것뿐이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국경이나 언어가 더 이상 서로에게 장벽이 되지 않아야 하며, 자발적 참여와 느슨한 규제만으로 공동체 안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데에 테크놀로지가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그들은 자본주의 산업사회를 뒤엎으려는 혁명가들이었습니다.
잡스는 젊은 시절 그가 히피로부터 얻은 가르침을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려 했던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주를 깜짝 놀라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태도를 다음 세대도 지녔으면 했던 겁니다.
MIT 미디어랩 닐 거센펠드 교수는 비트와 아톰이 서로 혼재된 세상, 그것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비트가 통째로 아톰을 다 집어삼킨 세상이 아니라, 비트 산업과 아톰 산업이 서로 뒤얽혀 혁신을 유도하기 때문에 비트를 잘 활용하면 아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제조업과 유통업에서도 혁명이 만들어지고, 개인 생산공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 말입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많은 과학기술은 자본과 권력에 봉사하며 중앙집중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해온 반면 블록체인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해줄 탈중앙화 철학을 가진 기술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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