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죽음, 그리고 다시 쓰는 과거

제국주의, 식민지 기억을 복원하는 문학

by 프렌치 북스토어

해변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소설 속 누군가는 죽는다. 그런데, 그 죽은 사람의 이름이 없다.


프랑스 문학을 읽다 보면 역사적 사실이 지워진 자리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지도에는 표시되었는데, 이야기에서는 빠져버린 얼굴처럼 제국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지만, 언어 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거가 그대로 남아 있다.


프랑스 문학이 기억하는 것은 거의 프랑스 내부의 기억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언제나 반대편이 존재한다. 제국주의의 그림자와 피지배자의 시선이 기억하는 기억이 존재한다.


프랑스 문학은 최근 이러한 말해지지 않았던 역사를 끌어올리는, 지워진 목소리에 이름을 돌려주는 문학 집중하고 있다.






카멜 다우드(Kamel Daoud)의 『뫼르소, 살인 사건(Meursault, contre-enquête)』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아랍인으로만 남았던 죽음. 그 익명성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었다면, 다우드는 그 폭력을 정면으로 되묻는다.


같은 언어로 쓰되, 읽는 방향을 바꾸는 것. 프랑스어를 빼앗긴 자의 도구가 아니라, 되찾은 무기로 만드는 것. 그는 문학을 법정처럼 열어, 기록되지 않은 증언을 불러낸다.


가엘 파이(Gaël Faye)의 『나의 작은 나라(Petit Pays)』는 더 조용한 톤으로 다가온다.


망고를 따먹고, 친구들과 장난치던 시간. 그 평범한 유년의 한가운데로 역사적 폭력이 스며든다.


이 작품이 새겨 넣는 기억은 잃어버린 일상이다. 그리움이 먼저 오고, 그다음에 비극이 따라온다. 그래서 사건이 아니라 삶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에메 세제르(Aimé Césaire)의 『귀향 수첩(Cahier d’un retour au pays natal)』에서 기억은 더 이상 회상에 머물지 않는다. 기억은 불꽃이 되고, 언어는 저항이 된다.



Ma mémoire est pleine de sang.



나의 기억은 피로 가득하다는 이 한 문장은, 식민의 과거가 단지 과거가 아니라 몸에 남은 현재임을 보여준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해변에서 살해한 아랍인에게는 이름이 없다. 소설 전체를 통틀어 그 인물은 단 한 번도 자신의 목소리를 얻지 못한 채, 익명의 희생자로 남는다.


카멜 다우드의 소설 『뫼르소, 살인 사건』은 바로 그 익명의 죽음에 이름과 목소리를 되돌려주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작품의 화자인 하룬(Haroun)은 1940년대 알제리 해변에서 프랑스인 뫼르소에게 살해당한 남자의 동생이다. 소설은 노년의 하룬이 한 프랑스인 청년에게 자신의 삶과 과거를 길게 들려주는 독백 형식으로 진행된다.



살해당한 이는 내 형이다. 그의 자취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젠 나만이 그의 자리를 대신해 말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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