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렌치 북스토어 Apr 04. 2024

제인 오스틴의 짧은 사랑과
오만과 편견 속 다아시 씨

제인 오스틴과 톰 레프로이의 러브 스토리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명실상부 영문학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단 6권의 소설만을 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고, 또 수많은 영화와 TV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오스틴과 그녀의 이야기는 섭정 시대Regency era에서 시작해 오늘날에도 매력적이고 호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한 목소리와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죠.



제인 오스틴



1775년 영국 햄프셔에서 태어난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영국의 소설가로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과 정교한 캐릭터,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 등을 통해 유명해졌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사랑, 결혼, 사회적 지위, 재산 등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었습니다. 특히 19세기 영국 상류층 사회의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자유에 관한 주제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자신의 욕망과 능력을 실현하고 사랑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녀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얘기가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오늘은 그녀의 짧은 러브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영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년



오스틴은 1795년 겨울 짧지만 매우 강렬했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 상대는 레프로이라는 아일랜드의 정치인이자 판사로, 오스틴과의 인연은 1795년 12월 약 한 달간 삼촌과 이모가 살고 있던 함프셔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오스틴은 20세, 레프로이는 21세였습니다. 


그들의 관계는 대부분 오스틴이 그녀의 여동생 카산드라에게 쓴 편지를 통해서 알려졌습니다. 카산드라와의 편지에서 오스틴은 장난기 넘치고, 여리고, 감정적인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레프로이와 오스틴은 무도회 같은 마을 행사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보입니다. 오스틴이 카산드라에게 쓴 편지를 보면 그들은 첫 만남부터 호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편지에서 '나는 그 아일랜드 출신 친구와의 무슨 행동을 했는지 말하기조차 무서워. 함께 춤주고, 같이 앉아 있는 방탕하고 충격적인 순간을 상상해 봐'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오스틴은 레프로이를 '아주 신사답고 잘생기고 유쾌한 청년'이라고 썼습니다. 5일 뒤 또 다른 편지에서 그녀는 친구friend로부터 제안offer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그가 결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거절할 수밖에 없어. 나는 그를 위해 어떠한 것도 하지 않겠어'라고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다음날의 편지에서 오스틴은 '그가 마지막으로 나를 만나는 날이 곧 오겠지? 그는 나에게 분명 플러팅flirt을 할 거야.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 버리겠지? 이런 우울한 생각 하니까 눈물이 난다'라며 그와의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레프로이와 오스틴


실제로 레프로이와 오스틴 사이에는 현실적인 벽이 존재했습니다. 그는 삼촌의 부에 의존해서 생활하고 있었고, 그는 대학 학위를 마치고 런던에서 변호사 연수를 받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제인의 재정적 상황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레프로이는 자신의 커리어와 사회적 성공을 위해 부유한 집안의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레프로이는 다음 해 1월 런던으로 돌아가, 실제로 아일랜드에서 법과 정치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부유한 상속자인 메리 폴과 결혼했고, 이로써 그의 경력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결혼하지 않았던 오스틴과는 상반되게 말이죠. 


이후 레프로이가 함프셔를 방문했지만 오스틴을 다시 보지는 못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1798년 11월의 한 편지에서, 레프로이가 자신의 친척 중 한 명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스틴은 과거의 자기감정을 이야기할 제기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시간이 지나고 레프로이는 오스틴을 사랑했다고 카산드라를 통해서 인정했지만, 그것은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사랑'이었다며 당시 그의 행동을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오만과 편견 초판, 1813년



사실 오스틴과 레프로이의 짧은 관계의 깊이와 그 진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추측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그 관계가 그녀의 문학 작품에 미친 영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관계가 오스틴의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실하게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이론과 관찰에 따르면 이것이 그녀의 글쓰기, 특히 낭만적인 관계와 성격 발달에 대한 묘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Mr. Darcy, BBC의 TV시리즈





일부 학자와 전기 작가들은 레프로이가 《오만과 편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남성 캐릭터, 다아시Mr. Darcy의 캐릭터에 영감을 주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다아시는 레프로이와 마찬가지로 똑똑하고 교육을 잘 받았으며 처음에는 냉담하고 부적합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더 깊고 애정 어린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는 이 둘 사이의 짧지만 강렬했던 관계를 반영하는 단초라고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사회적,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부적합해 보일 수 있지만 깊은 성격과 애정을 지닌 남자를 소설 속에서 만들어 낸 것이죠.


또, 《이성과 감성》에서는 두 주인공인 엘리너와 마리안의 사랑과 결정을 통해 오스틴이 경험한 사랑의 복잡성과 사회적 제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엘리너의 이성적 사랑과 마리안의 감성적 사랑 사이의 대조는, 오스틴이 레프로이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이성과 감성 사이의 갈등을 반영한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개인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 압력과 개인적 감정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겪어야 했던 갈등을 두 주인공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영화 비커밍 제인 속 제인 오스틴, 2007년



오스틴의 소설은 사랑, 결혼과 같은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장벽이라는 주제를 자주 다루고 있습니다.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기대로 끝나버린 그녀의 관계와 매우 유사한 부분입니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은 섭정 시대에 존재했던 사회적 제약 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회적 기대로 인한 이별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오스틴의 경험은 이러한 주제에 대한 이해와 인물들의 심리적 묘사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에서 표현된 감정적 공명과 사실주의는 그녀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오스틴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끌림의 미묘함, 이별의 고통, 사회적 상호작용의 복잡성은 이러한 감정을 직접 경험한 작가임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구애, 사랑, 결혼의 미묘함에 대한 그녀의 예리하면서 진정성 깊은 묘사는 잠재적으로 그녀의 개인적인 통찰력과 경험에서 기반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더군요. 감정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제가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흠모하고 사랑하는지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오만과 편견, 펭귄코리아클래식, 2014



오스틴과 레프로이의 관계가 그녀의 소설에 명확한 내러티브로 기록되었음을 시사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감정적, 주제적 유사점은 그와의 짧은 관계가 그녀의 사랑, 사회 및 인간 감정에 대한 문학적 탐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재치, 통찰력, 깊이로 유명한 오스틴의 소설은 레프로이와의 관계가 그녀의 작품의 풍부한 태피스트리에 영향을 준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음란물로 분류되었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