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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 Aug 30. 2020

그 순간 내가 ‘빡’치지 않았다면.

논리로 상대를 이겼지만 결국은 지는 상황에 대하여..

평소에 기분이 들떠 있지 않지만, 갑자기 ‘빡’치는 순간들이 있다. 오해를 당해 억울한 상황이거나, 나에 대한 평가를 납득 할수 없거나, 내가 생각하는 바가 틀렸다는 사실을 전해들을때.

‘빡’치는 순간에 나는 물러서지 않고, 방어 논리를 펼치며 말씨름을 이어가곤한다.

지난주에도 한번 ‘빡’이 쳤다. 회사에서 내 업무가 아닌 영역인 것 같은데, 이건 아닌것 같다고 말했더니. 그 생긱이 틀렸다는 다수의 의견을 듣고 진정 ‘빡’이 쳤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코로나19 때문에 쓴 마스크 덕분에 아무도 내가 ‘빡’이 쳤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나의 비언어적  표현을 봤다면 분명 알아챘을 것이고 일이 커졌을 것이다.

나의 ‘빡침’을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고 주말을 맞이했다. 머릿속에 자꾸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괜스레 그냥 져주고 말껄 싶은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실이 틀렸다 여겨지는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고 바로잡으려 목소리를 낸다. 상대가 회사 대표든, 신입사원이든 가리지 않는다.

상식과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굳이 ‘빡’치지 않지만, 예외의 상황들에서는 ‘빡’친 상태로 말을 하기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말하는 동안 숨을 쉬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 된 상태이다.

마스크 덕분에 교감신경의 활성화가 더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경험해보니, 결론적으로 ‘나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대체로 평화로워 지는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실이다. 나 말고는 아무도 목소리를 낼 힘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내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평화는 유지된다. 어찌보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내 자신에게 취해있었을 수도 있다.

코로나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상대를 말을 통해 논리로 이겼다지만, 나와 상대의 관계와 전체의 분위기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으며, 굳이 그 순간에 상대의 생각의 결점을 들춰내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성을 했다.

논리로 상대를 이기기 위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로 독을 뱉어내지 말자.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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