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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 Aug 27. 2021

‘당연하다’라는 위험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의 끝.

IT업종을 다루는 중소기업이지만, 타 IT 중소기업에 비해 복지가 굉장히 뛰어난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연 14일 휴가보장, 명절상여금, 연말 성과급, 내일채움공제(재직자 포함), 연 2회 탄력적인 연봉협상, 철저한 9-6.5 근무, 야근은 한달에 한번 1-2시간 정도만, 상호 존칭사용-직급예외없이 임원도 무조건 (00님), 쾌적한 근무환경(모니터3대, 180스탠딩책상, 맥미니 지원)


정말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복지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가끔씩은 불만과 불평이 곪아갈 때가 있다. 환경적 요소가 부족함이 없는데도 왜 만족하지 못할까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모든게  노력에 의한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생각.

32년이라는 인생을 살아오다 보니, 노력보다는 운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의 99.9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는다. 태어난 국가, 부모, 지역, 학교, 교우관계, 회사, 직장동료, 그 어느것 하나 내 노력보다는 삶에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순간들로 채워졌고 그 순간들이 지금의 나와 내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내가 노력해서 얻어낸 것은 만개중에 한두개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미미하다. 그만큼 내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주어진 경제적, 정신적 요소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어낸 전리품인것 마냥 여기는 것이 문제이다.



나는 대우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

5년전 5명으로 시작한 회사의 창립 멤버라는 타이틀이 마음 한켠에 자만심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가 성장해온 것은 내 역할의 비중이 있다고 여기는 만큼 회사로부터 대우받을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해버리는 것이 문제. 대우를 받으려는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실망감은 엉뚱한 감정으로 돌연변이 감정이 되어버리고 만다. ‘내가 어떤사람인데,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거지’ 지금 와서 되돌와 봐도 참 오만한 생각이 아니 수 없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에게 보상이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

회사의 매출이 올라가고, 오랜시간 흘러가는 분위기를 파악해온 직원들은 자기에게 돌아올 밥그릇의 크기를 눈여겨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과 관계없이 회사가 성장하면 자신의 밥그릇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욕심일 뿐이다. 자신이 스스로 회사에 기여하는 기여도나 자기계발을 통해 얼마나 발전해 가는지에 대해서는 진중한 고민없이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떼를 쓰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보상과 노동력을 주고 받는 관계이다. 주는 것이 있어야 돌려 받는 것이 있다는 황금률 처럼. 마냥 어린애처럼 주기만을 바라며 불평과 불만을 쌓아두기만 하는 유아기적인 태도를 발견하고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이는 먹어가지만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들은 전혀 발전 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자각하고 잘못된 모습을 바로잡아갈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의 시도 자체만으로도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된다.


사람은 성장하는 맛이 있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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