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왼손은 성경 위에 없었다…미국을 배신한 지도자

그들은 왜 아메리카로 왔는가

by freq blue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는 성경에 손을 얹고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습니다

2017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58회 대통령 취임식에서 멜라니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성경에 손을 얹는다는 건 단순한 의식이 아닙니다.

미국 건국 이래 대통령들이 되풀이해온 이 장면은, 이 나라가 어디서 왔는지를 기억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그 성경 안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객(客 : 나그네)이 되었더니라"
- 레위기 19장 34절 -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그들도 한때 나그네였습니다.




그 미국을 세운 나그네(客)…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난 사람들

William Halsall, 〈Mayflower in Plymouth Harbor〉, 1882, Pilgrim Hall Museum

종교와 정치가 뒤엉킨 유럽에서, 영국의 탄압을 피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1620년 '메이플라워호(Mayflower)'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났습니다. 그 시기 유럽에서는 인류 전쟁사에서 가장 잔혹한 전쟁 중 하나가 시작합니다.



'30년 전쟁'이 막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전쟁의 엄청난 비극, 프랑스 화가 자크 칼로의 그림(1632년)

당시 유럽 사람들은 '신민(臣民)'이었습니다. 왕의 소유물에 가까운 존재였고, 권리를 갖는 게 아니라 왕의 결정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였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왕이 가톨릭이면 신민도 가톨릭, 왕이 루터교면 신민도 루터교였습니다.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관용(寬容)'도 권력을 가진 왕이 베푸는 것이 당연한 구조였습니다.


1776년 7월 4일,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그 구조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누가 권력을 갖느냐"가 아닌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바꾼 것, 근대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 미국 독립선언서(1776년 7월 4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생명과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정부는 이 권리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정부의 권력은 오직 국민 동의에서 나온다"


권력의 출처를 '국민'으로 명시한 겁니다.

이후 전 세계로 퍼진 민주주의의 모델이 됐습니다.



하지만 선언 당시, 현실과의 간극은 컸습니다

Slaves work in Sea Islands, South Carolina. Library of Congress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사람 중에 노예를 소유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모순을 해소하는 데 89년, '남북전쟁'이라는 엄청난 피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수정헌법 제13조(노예제 폐지)


노예제가 폐지된 뒤에도 인종차별은 계속됐습니다. 흑인과 원주민이 실질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되기까지 19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1965년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독립선언서가 보장한 "빼앗을 수 없는 자유"를 미국 정부 스스로 짓밟은 적도 있습니다

1950년대 '매카시즘(McCarthyism)'이 대표적입니다

조셉 매카시(Joseph McCarthy), Eisenhower Presidential Library, 1950

위스콘신주 공화당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는 수많은 공산주의자가 연방 정부와 영화 산업에 침투했다고 증거도 없이 주장했고, 많은 사람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직업을 잃었습니다. 결국 거짓 실체가 드러나며 4년 만에 스스로 바로잡았습니다.


많은 희생과 시간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정당한 절차도, 자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쟁취했습니다. 그게 민주주의의 본질입니다.


독재나 왕정은 빠릅니다.

왕이 결정하면 끝입니다. 반론도 없고, 토론도 없고, 설득도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설득하고, 토론하고, 반론을 듣고, 다수가 동의해야 바뀝니다.

그러니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느림이 내구성을 만듭니다.

오래 싸우고 토론하고 설득해서 바꾼 것은 쉽게 뒤집히지 않습니다. 노예제 폐지가 남북전쟁까지 치르고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다시 노예제로 돌아가자는 말이 나올 수 없는 겁니다.


"느리고 모순을 저지르면서도 결국 고쳐나가는 것"

그게 미국이 스스로를 완성해온 방식입니다.




"내 권력 제한할 수 있는 건 내 도덕성뿐"

"there is one thing. My own morality. My own mind. It’s the only thing that can stop me"

"나를 멈출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의 도덕성, 나의 생각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년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 中


하지만 지금 미국은 방향이 뒤집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의 기준을 '스스로'라고 말합니다.



이건 단순한 허세가 아닙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

2025년 6월, LA 시위가 격화하자 트럼프는 시위대를 사실상 폭도로 규정하고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배치를 명령해 강경 진압했습니다.


결국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의 총격으로 숨진 르네 니콜 굿|알렉스 프레티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자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는 사건입니다.

국가가 자국민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겁니다.


"의회는 종교를 국교로 정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 그리고 불만 사항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표현·집회의 자유)



트럼프의 명분은 '불법 이민자 단속'입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나온 나그네들이 세운 나라의 현재 모습입니다.


미국 건국 당시, 유대인은 극소수였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공직을 맡으려면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시민으로 살 수는 있었지만, 완전히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1790년, 유대인 공동체에 편지를 썼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백 년간 유럽의 눈치를 봐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Gilbert Stuart, 〈George Washington〉- White House Historical Association
■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이 유대인 공동체에 보낸 편지 (1790년 8월 18일)
"이제 더 이상 관용을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게 베푸는 특혜인 것처럼 말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다행히 미국 정부는 편견에 정당성을 주지 않고, 박해를 돕지 않습니다"

'관용'이라는 단어는 언뜻 좋은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관용을 베푼다'는 말 자체가 권력관계를 전제합니다. 베풀 수 있다는 말은, 거둬들일 수도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호의 덕분에 권리를 누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구약성경의 구절을 빌려 약속했습니다.

"각 사람이 자기 포도나무 아래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을 것이라 그들을 두렵게 할 자가 없으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의 입이 이같이 말씀하셨음이라"
- 미가 4장 4절 -


아메리카 대륙은 250년 전, 외부의 위협 없이 숨 돌릴 수 있는 피난처였습니다.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와 같은 간절한 땅이었습니다.



그리고 국가를 세우면서 선언했습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1776

미국의 존재 이유, 독립선언서에 그 정신이 명확히 담겨 있습니다.



"I Have a Dream" - 마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Jr., delivering his "I Have a Dream" speech on Washington, August 28, 1963.

지금까지 미국에서 벌어진 노예제, 매카시즘, 인종차별은

그래서 스스로 교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다릅니다

이민세관집행국(ICE)

제도를 교정해야 할 지도자가 직접 제도를 도구로 써서 제도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법원 명령에 사실상 불복하고, 의회를 건너뜁니다.




그 논리는 국경 밖으로도 나갑니다

"I don’t need international law", he added. "I’m not looking to hurt people"
"국제법 필요 없어" - 트럼프, 2026년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 中

동맹국의 땅 그린란드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습니다.


이란을 공습했습니다. 그 명분은 계속 바뀝니다. 민주주의 지지, 핵 개발 저지, 미군 기지 보복, 정권 교체.

명분이 여러 개였던 게 아닙니다.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개였던 겁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전쟁 전에 의회나 국제 승인을 받고, 직접 국민에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국민이 이해하고 동의해야 민주주의 국가가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공습한 직후 "대규모 전투 작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시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이란전쟁 '최악 샷' 날려놓고 골프 치냐"…트럼프에 美정가 맹비난 - 뉴스1, 2026년 3월 10일

이란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의 유해 운구식에서도 트럼프의 '야구모자' 착용으로 논란이 있었습니다.

전사자를 예우하는 국가 행사에서 모자를 벗는 것은 존경과 경의의 표시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모자를 착용하고 자신의 골프장에서 목격됐습니다.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가장 참혹한 미 군사적 실수"

"최소 175명 숨진 이란 학교 공격, 미군 표적 오류 탓" - 연합뉴스, 2026년 3월 12일

이란 초등학교 폭격으로 최소 175명이 숨졌고, 대부분이 어린이였습니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의 부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린이들로 가득 찬 학교를 공격한 사건은 미국의 가장 참혹한 군사적 실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합니다.




기독교 사회는 유대인을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며 오랜 세월 박해했습니다

그 오해가 풀린 건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였습니다

Nostra Aetate - On the Relation of the Church with Non-Christian Religions(1965)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문
"반유대주의를 단죄하고, 유대인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뒤 약 1,900년이 지나서였습니다.


미국은 그보다 175년 앞선 1790년에 이미 유대인들에게 그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같은 아브라함의 자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신약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검을 도로 집에 꽂으라.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
- 마태복음 26장 52절 -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란에게 검을 들었습니까




트럼프 2기 취임식, 왼손이 성경 위 아닌 아래에 위치

2025년 1월 21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선서

2025년 트럼프 2기 취임식, 멜라니아는 성경 두 권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왼손은 성경 위에 없었습니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 모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7년, 성경에 손을 얹었던 지도자는 분쟁과 공습은 있었더라도 전쟁은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2025년, 성경에 손을 얹지 않은 지도자는 지금 어떤 일을 벌이고 있습니까.


성경에 손을 얹는다는 건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미국의 정체성을 기억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그 다짐이 빠진 자리를, 전 세계는 이미 지켜보고 있습니다.

Anti-Trump protest outside
People take part in the "No Kings" prot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