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의도는 항상 있다.
메모장을 쭉 내려다보는데 2년 전에 쓴 메모가 눈에 띄었다.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의도는 항상 있다.” 라는 말.
어떤 대화에서 시작된 것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 말을 적기 전까지 나는 모든 것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어요.’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의미 없는 것’은 있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의미 없는 헛기침이라던지, 말 추임새같은 것들이 그렇다고. 생각해 보니 그랬다. 그럼 내 생각이 어디서 잘못되었는 것인지 생각하다가 의미와 의도를 헷갈려서 그런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때 받은 나름의 충격은 짧은 메모로 남겨졌고, 그 후로의 생각도 바뀌었다.
- 쉼표에 대해서 “,”
쉼표는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의도는 항상 있다.’라는 말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쉼표의 용도는 다양하지만 일단 의미 있는 것들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것이다. 딱히 의미는 없지만 연결한다는 의도는 가지고 있다. 좀 더 말하면 의미 있는 것들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쉼표는 ‘잠시 쉬어가는 것’의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쉬어가는 것을 사이에 두고 연결하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또 어떤 것을 나열하는 일에도 쓰임새가 있다.
이런 쉼표를 두고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 의미를 갖지 않은 어떤 것이 어디에 있나. 사실 생각해 보니 그런 시간 들은 많았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며 보내는 시간 들, 아무렇게나 생각을 흘리며 거리를 걷는 시간 들. 사실 이것들에도 의미를 부여하자면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 쉼표의 의도는 잠시 쉬어가는 것. 그것이 의도였다. 그 쉼을 사이에 두고 나의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의도는 항상 있다.’라는 말에서 시작된 쉼표에 대한 생각은 의미있는 것들로 채우려고 애써 모든 것에서 동기를 찾는 일들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모든 일에 의미를 가지려했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그렇게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쉼표가 내게 남겨준 생각이다. 어떤 것에서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것이 보인다면 ‘잠시 쉬어가는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구나.’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